빨간 머리 앤 네버랜드 클래식 45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경미 옮김, 조디 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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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훌쩍 자란 앤을 보며 나는 마릴라처럼 마음이 헛헛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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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황현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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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난 아무것도 알지 못한 거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꽃을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주고 내 마음을 밝게 해주었어. 거기서 도망쳐 나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중략) 하지만 난 꽃을 사랑하기엔 너무 어렸어.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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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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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슬픔을 실컷 슬퍼한 끝에 거기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길밖에 없으며, 그리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다음에 닥쳐오는 예기치 않은 슬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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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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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게 가능할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들었다면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부정했을 것이다. 얼굴은 예선전이라는 말까지 있는 마당에 말도 안 되지!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보니 불가능한 일도 아닌 듯싶다. 사실 나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종종 호감의 감정을 느낀다. 예컨대 이어폰으로 흘러드는 모르는 가수의 목소리가 귀를 녹인다거나, 공공장소에서 무심한 듯 매너를 뽐내고 훌쩍 사라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볼 때라던가 하다못해 건너건너 누가 나를 칭찬했다는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들뜨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하물며 곤란한 상황에서 구제해준 사람에게 그런 마음이 들지 말란 법이 있을까.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사람 인생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새 애인이 생기면서 쫓기듯 집을 나와야했던 티피는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한 걸음 더 나은 자신을 향해 나아가는 계기를 맞는다.

 

 

오늘날 우리는 조금은 다른 형태의 사랑에 빠진다. 휴대전화, 모니터 너머 누군가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 가능한 스마트한 세상에서 전자기기의 열기를 더하며 맺는 관계가 그것이다. 살면서 마주칠 일 없을 사람들이 공유하는 사생활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그 옛날 브라운관 속 연기자를 좋아하던 그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서로의 온기가 없어도 빠르게 원하는 것을 얻고 경험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쉽게 관계를 맺고 동시에 고립되어간다. 바로 그런 점이 이 소설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생면부지의 두 사람은 페이스 북 광고를 통해 하나의 침대를 공유하게 되었지만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만 허락된 포스트잇 소통을 이어간다. 어느덧 집안을 가득 메운 메모지와 오가는 달콤한 디저트와 음식 속에서 그들은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레 서로를 알아간다. 자칫 뻔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아날로그적 로맨스는 여러모로 허를 찌르듯 번번이 클리셰를 벗어난다. 인물 설정부터 새롭다. 183센티미터의 여주인공 티피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가녀린 체형과는 거리가 멀다. 어딜 가나 키 얘기를 빠지지 않고 듣는데 알록달록하고 무언가 주렁주렁 매달린 그녀의 독특한 패션 취향은 사람들 눈에 띄는데 단단히 한몫 했을 거라 장담한다. 남주인공 리언은 키가 크고 평범한 외모의 워커홀릭 간호사다. 변화를 싫어하고 때론 답답할 만큼 과한 배려심의 소유자다. 이런 신선한 설정은  <셰어하우스>를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든다.

 

 

<셰어하우스>는 관계를 쉽게 정의한다거나 독자를 따돌리고 전력질주 하지 않는다. 다른 문화권의 이야기임에도 깊이 공감 했던 이유는 작가 베스 올리리가 이어놓은 섬세한 감정선 덕분일 것이다. 마니또 친구도 아닌데 두 사람은 포스트잇 만으로 5개월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처음 대면한다. 책의 절반을 향해 달려가서 이루어진 벌거벗은 첫 만남은 그간의 기다림을 보상받듯 충분히 유쾌하고 즐겁다. 그런데 사실 그들이 번갈아 집을 오고 갈 때도 짜릿한 순간은 있었다. 집안의 흔적들로 상대의 출근 시간을 그려보고 생활습관을 알아가는 장면들은 나에게 그 어떤 부분보다 더 애틋하고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자신만의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참으로 은밀한 것이 분명하다. 또 매우 현실적이어서 나의 묻어두었던 기억이 불쑥 솟아난 순간이 있었는데,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망설이는 그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강렬한 불꽃이 튀었다고 해서 곧바로 핑크빛을 뿜어내지 않는다. 같은 마음이 아니면 어쩌나 자꾸만 머뭇거리게 되는 것은 결국 상처 받는 게 두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용기를 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고 나 역시 그런 상황에서 줄곧 도망치던 사람이었으므로. 그러니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읽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연결이었다. 로맨스 소설이지만 이야기는 주인공인 두 사람과의 관계를 주축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많은 등장인물들은 보이지 않는 선을 연결하듯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특별한 존재로 이어진다. 우리의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는 어린 환자 홀리에게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프라이어씨의 첫사랑 '조니 화이트' 찾기 프로젝트에 발 벗고 나서기도 하며, 우연히 걸려온 전화를 받고 리치의 억울한 사연을 알게 된 티피는 변호사 친구 거티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렇게 오지랖 넓고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 곁엔 언제나 든든한 조력자 친구들이 함께한다. 전 남친 저스틴이 했던 행동들이 정신적 폭력이었음을 깨닫고 벗어나려는 티피와 통제력을 잃자 흥분해서 날뛰는 저스틴. 가장 좋았던 점이 이 부분이다. 악당은 있지만 공주도 왕자도 없다는 것. 리언은 철저히 등대 역할에 머물렀고 그곳을 향해 열심히 노를 저어 당도한 것은 오로지 티피의 노력인 것이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저스틴에 맞서던 그녀의 모습은 일반적인 통쾌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동시에 매우 현실적이기도 했다. 자신과 마주하며 한층 더 성장한 티피와 그로인한 영향으로 오랫동안 틀어져있던 엄마와의 관계를 회복한 리언까지, 궁극엔 모두가 웃었고 그 강력한 기운은 나에게 전해졌다. 데리러 가지 못해 미안하다는 리언의 말에 "혼자서도 잘해요!", 명랑히 외치는 티피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아 내 입가에도 미소가 떠오른다.

 

 

<셰어하우스>는 나에게 설렘뿐 아니라 관계 맺음에 대한 질문도 함께 안겨주었다. 시작도 전에 탐색전을 벌이고 방어막을 치기보다는 먼저 손을 내밀고 나의 공간을 내어주며 서로의 집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따뜻한 온기가 퍼져나가고 인연들이 이어져 또 다른 온기를 만들어내듯이, 고립된 존재는 살아남을 수 없는 자연의 섭리처럼 결국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상생하는 관계임을 작가 베스 올리리는 이야기로써 우리에게 보여준다. 가벼운 마음으로 풀어본 책이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보니 꽤나 묵직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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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꿈꾸는 책들의 도시 1~2 세트 - 전2권
발터 뫼어스 지음, 플로리안 비게 그림, 전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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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재탄생한 소설. 부흐하임은 내 상상보다 훨씬 멋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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