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갈래 길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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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아주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아이만은 똥구덩이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남편까지 버리고 떠나오는 길 위에서, 인종도 종교도 다른 이방인을 사랑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기에, 암에 걸렸음에도 승진기회를 날릴까 두려워 스스로를 옭아매 더욱 빈틈없이 움직이는 직장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계속해서 여성들은 안밖으로 장벽을 쌓는다. 그렇게 한번 시작된 변화는 점차 커다란 균열을 만들고 용기를 낸 여성들은 마침내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자신을 만나게 된다. 



인도인 스미타는 신분제로 인해 유일하게 허락된 일감인 맨손으로 사람들의 똥을 치우는 일을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된 임금은 꿈도 꾸지 못한다. 때때로 사람들이 바닥에 던져준 음식이 전부인, 들쥐와 다를바 없는 삶. 스미타는 짐승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바랐을 뿐이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인도의 현실은 끔찍하다. 지금도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자행되고 있을 그저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대면한 기분이었다. 반면 다른 형태의 생존문제를 가진 캐나다의 사라와 시칠리아의 줄리아가 있다. 그녀들은 억압과 차별이라는 사회의 장벽에 부딪힌다. 평소엔 별 문제 없이 살다가도 여성이라면 다들 겪게 되는 보이지 않는 문제들 말이다.



사라를 강탈하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사라를 존중하는 모습을 취했다. 세련된 폭력이다.

격식을 갖춘, 스리피스 정장에 향수까지 뿌린 폭력이었다. p.233



스미타는 친척의 집으로 향하던 도중 갑작스레 향로를 바꾼다. 비슈누 신을 만나기 위해 일종의 순례길에 오른 셈이다. 신을 만나는 과정에서도 돈이 든다. 어렵사리 티루파티 사원에 도착했지만 신을 만나는 길은 녹록치 않다. <세 갈래 길>의 원제는 'La tresse'. 세 가닥을 하나로 땋아 엮은 줄이나 끈을 뜻한다. 이런 스미타의 순례는 각기 다른 나라의 사라와 줄리아 모두 그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의 희망과 긍지로 탄생한다. 



'지금 오는 파도는 나를 삼키고 놓아주지 않을 거야.' p.159



절망의 끝이라도 선택지는 존재한다. 아무리 높고 거친 파도일지라도 언젠간 잦아들기 마련이니. 그대가 절망의 끝에서 일어서길. 평소와 다른 아주 사소한 선택, 작은 용기에서 이미 위대한 변화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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