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의 유령들 -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황여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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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을 읽다가 '칼 마르크스 희곡'이란 키워드를 검색해본 것이 나 혼자가 아님에 우스운 안도감이 들었다. 황여정 작가의 짙은 농담에 깜빡 속아 넘어간 것이다. 그만큼 <알제리의 유령들>은 무어라 정의 내리기 힘든 소설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각 부마다 다른 분위기를 띄는데 '알제리의 유령들'이란 희곡을 매개체로 서로 다른 인물들이 이어져있다. 방 한구석에 세계지도 모양새로 퍼져나가는 곰팡이처럼 모호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계속해서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이루며 팽창해 나간다.



알제리의 유령들이 용기를 얻기 위해 서로의 이름을 지어준 것처럼 부모들은 서로의 자식에게 징과 율이란 이름을 주었다. 내가 계속 나라는 존재로 살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진 모든 기억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며, 진정한 자유는 나란 존재를 벗어나야 가능하다는 문장이 있다. 징의 어머니는 과거를 잊고 자유를 얻었다.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었지만, 자신을 잃었기에 결코 알제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령들처럼 그들의 비극까지 함께 안겨주었다. 살아 있다는 건 무엇입니까. 죽지 않았다는 것이지. 존재한다는 것. 무언갈 계속 해나간다는 것. 어쩌면 그것으로 모든 것은 충분하다.



우주의 손가락이 여전히 나를 가리키고 있기는 했다. 네가 꿈을 이루지 못한 건 오로지 네 탓이다. 네가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네가 천재가 아니기 때문이며, 네가 운이 나쁜 탓이다. 현실 탓을 하지 말 것. 그래, 그것도 현실이겠지.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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