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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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건 라디오 타이밍 때문이었어요, 멜빈."


전작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인 후 FBI에 합류하게 된 에이머스 데커는 새 직장으로 차를 몰고 가던 중 우연히 켠 라디오에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접한다.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서 자그마치 7342일을 보내고 사형대를 목전에 둔 멜빈 마스란 남자가 진범의 자백으로 가까스로 사형을 면한 것이다. 그 사연의 무언가가 데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순간 라디오를 켠 것은 우연일까? 1분만 어긋났어도 듣지 못했을 멜빈 마스의 기구한 인생은 어찌되었건 데커의 인생으로 날아들었다. 그러므로 마스는 행운아다.



미식축구 선수였던 데커는 첫 경기에서 큰 사고를 당하고 후유증으로 과잉기억증후군을 얻었다. 그날 이후 그의 뇌는 단 1초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평범한 일상, 행복했던 순간, 다신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순간까지도 그에겐 현재진행형이다.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게 된 대신 타인의 감정에 무뎌진 외톨이였지만 이제 그의 곁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일까. 전작보다 캐릭터에 인간적 면모가 엿보인다. 그는 운명론은 믿지 않는 실리주의자이지만, 강한 책임감과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마스의 불행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다음은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돌직구를 날리고 사소한 감정적 상황에 얽매이지 않는 그가 뒤에서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나는 그런 거 모릅니다. 멜빈은 이미 자기 인생의 20년을 잃었어요.

가망 없는 일에 1초도 더 낭비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p.424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서 점쟁이처럼 척척 상황을 예측해나가던 모습은 어디가고 <괴물이라 불린 남자>에서는 영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파헤칠수록 생각보다 사건의 반경은 넓고 복잡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데커는 머릿속의 사진으로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쉼없이 프로파일링을 한다. 수사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팀은 좌초 될 위기를 맞는다. 저자 데이비드 발다치는 책장 잘 넘어가는 스릴러를 넘어서 가까운 과거에 만연했지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인종차별 문제와 사형제도의 헛점, 기득권층의 부패와 권력 남용 등 사회적 문제를 전체적 사건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과연 마스의 부모를 살해하고 그에게 누명을 씌운 진범은 누구이며, 과거에 묻힌 사건은 무엇인지 감춰진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소싯적 필드 위를 누비던 러닝백(공격수)과 라인배커(수비수)가 뭉쳤다. 이 거대한 퍼즐 위에서 마주하게 될 진실은 무엇일까. 함께 추리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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