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살다보면 이상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어쩐지 모든 일이 뒤틀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하루 종일 평생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나씩 하나씩 찾아온다. 내겐 오늘이 그랬다. 9.p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잘만 쓰던 면도기가 부러지는 것을 시작으로 남자에게 본격적으로 재수 옴 붙은 하루가 시작된다. 부랴부랴 길을 나서던 남자는 엘리베이터에 끼어 두 다리가 대롱거리는 사람을 만나지만 도움을 청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지각을 면하기 위해 서둘러 떠난다. 중력이라도 더욱 거세게 작용한 것인지 천신만고 끝에 회사에 도착하지만 구급대원은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끼었다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끼어있는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을 나무라던 남자는 결국 그들과 다름이 무엇인가. 현대인들의 무심함을 블랙 코메디로 풀어낸, 제목처럼 강렬한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시작으로 독특한 9편의 이야기가 담긴 김영하 소설집엔 다양한 맛이 있다.



인물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사진관 살인사건', '흡혈귀'. 번개를 맞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피뢰침'. 상스러움이 하늘을 찌르는 '비상구'. 불륜을 저지른 뒤 몸이 투명해지는 남자의 이야기 '고압선'. 석상의 머리를 뚫고 자랐지만 서로를 지탱하는 관계 '당신의 나무'. 꽉 막힌 공간에서 시작된 바람 ' 바람이 분다'. 달과 같은 내면의 이야기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인생을 흉내내는 영화는 인생보다 더 지겹다. 98.p  매너리즘에 빠진, 내면의 무언갈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이야기. 속도감 있는 구성과 깔끔한 문장이 인상적인, 다분히 남성적인 소설이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은 벌써 네번 째인데, 다음 번엔 소설이 아닌 산문집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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