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소설 2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사랑은 타이밍, 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어떤 두 사람이 연인이 되었다면 그들은 타이밍이라는 적정한 '때'를 만났기 때문일까? 어찌어찌 운이 좋아 서로가 서로를 알아봤다 해도 그 운명과도 같은 사랑이 영원과 행복을 약속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타이밍을 놓쳤을땐 어찌될까. 나와는 인연이 아니구나, 깨끗이 단념하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까. 아니다. 감히 단언컨대 그 미련은 당신에게 꼬리표처럼 달라붙을 것이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지독하다. 왜 사람은 항상 부딪치고 깨져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을까.



매들린은 질식할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레너드가 그의 무덥고 후텁지근한 원룸형 아파트까지 함께 가져온 것 같았고, 그곳이야말로 그가 정서적으로 살고 있는 곳이어서 그와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그 무더운 심리적 공간에 비집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레너드를 완전히 사랑하려면 매들린도 그가 길을 잃고 헤매는 캄캄한 숲 속으로 들어가 똑같이 헤매야 할 것 같았다. 숲 속에서 길을 잃으면 그 숲이 마치 집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레너드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점점 멀어질수록 그는 점점 매들린에게 의지했고, 그가 그녀에게 점점 의지할수록 그녀는 점점 깊숙한 곳으로 기꺼이 따라갔다. P.283



<결혼이라는 소설>은 청춘의 민낯과도 같다. 보통의 영화나 소설처럼 확실한 기승전결이 없다. 아주 느리고 따분하게 흐르는 일상과도 같은, 그러나 한 그루의 나무를 보던 시선을 돌려 한 발 물러서면 거대한 숲이 보이는 것처럼. 그 어떠한 훈수 없이 청춘이 가진 오만과 열정을 잘 보여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공허함과 불안 동시에 무한함을 느끼는 청춘. 어릴 적 나는 남들과 다르며, 세상의 이치를 잘 안다고 자부하던 그 시절의 감성이 가끔은 그립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습관처럼 여주인공이 누구와 이어질까만 생각했다. 그러나 끝에 다다라서야 또 이렇게 깨닫는다. 미첼은 인도 여행에서, 매들린은 구제하지 못한 사랑에게서, 레너드는 지독한 조울증에서 모두가 실패를 경험하고 또 배워 나간다.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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