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 : 주사위는 던져졌다 레오나 시리즈 The Leona Series
제니 롱느뷔 지음, 박여명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벌거벗은 채 피칠갑이 된 어린 아이가 은행에 들어선다. 녹음기에선 돈을 요구하는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주변인들은 아이의 안전을 염려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다. 돈을 챙긴 아이는 은행을 빠져 나간 뒤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사건은 베테랑 형사 레오나가 맡게 되고, 수사를 진행하지만 단서는 나오지 않는다. 와중에 레오나를 협박하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이야기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향한다.


형사, 엄마, 아내. 그리고 범죄소설에서 여성이 주인공일때, 벌써 우리 머릿속에는 정형화 된 캐릭터가 몇몇 떠오른다. 그러나 여기 '레오나'라는 인물은 다르다. 바쁜 직장 일로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가진다거나, 정의감에 불타 사건 해결에 힘쓰지도, 상사 앞에서 고분고분하지도 않다. 감정적이지도, 또한 도덕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기존 범죄수사물에서 보여지던 남성적 캐릭터에 가깝다. 부모에게 정신적 학대와 남자형제들과 다른 차별대우를 당했던 유년시절로 레오나는 타고난 본성을 억누르고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 감정적 결여를 숨긴 채 연극하듯 인생을 살아온 그녀는 이제 더이상 이 공허함을 참을 수가 없다.


충격적 오프닝으로 시리즈의 문을 연 '레오나'의 저자 제니 롱느뷔는 전직 수사관 출신으로 그 밖에도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데뷔작으로 그는 북유럽 누아르의 새로운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보통의 범죄 스릴러물과는 다른 재미를 보여주는 레오나.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떤 결말을 내릴지 앞으로 나올 시리즈가 기다려진다.



이토록 소모적이며,
이토록 무의미하다.



이것이었다. 내가 거부하고 싶었던 바로 그 인생. 예전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물이 흐르는 대로  따라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인생을 사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사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다르게 살기 위해 애쓰지만 않으면, 흐름을 거르스지만 않으면, 그것에 대항하려는 의지나 결연함을 가지고 있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도심 외곽 지역의 아주 전형적인 단독 주택에 살게 될 것이고, 그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것이며, 큰 집과 멋진 자동차에 투자한 만큼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그렇다면 그 끝은?  가족을 위한 시간이 없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았다. 내게는 그런 삶이 결코 쉽지 않았다. 나는 이러한 인생을 얻기 위해 매일매일을 싸워야만 했다. 그리고 자문했다. 대체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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