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여우가 잠든 숲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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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츠하인이라는 작은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진 세 건의 살인. 발견된 증거와 정황 모두 한 명의 용의자를 가르킨다. 그러나 상황이 명확하다고 하여 꼭 진실인 것은 아니다. 특히나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에서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의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연속된 살인 사건으로 마을 분위기는 흉흉해지지만 무언가 감추는 듯한 사람들의 태도에서 보덴슈타인은 이번 사건이 42년 전 실종된 아이와 관련이 있음을 직감한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루퍼츠하인, 그곳에 숨겨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한편 보덴슈타인은 이번 사건을 마지막으로 수사반장자리를 내려놓고 1년간의 휴식기간에 들어간다. 둘의 콤비를 자랑하던 피아는 그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마음 한구석이 찡하다. 또한 보덴슈타인의 빈자리를 대신할 인물로 피아가 대두되는데 그녀는 더불어 이번 사건의 총괄책임까지 맡게 되면서 커지는 부담감에 마음만 앞서고, 보덴슈타인은 자신의 어린시절과 관련된 이 사건에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용의주도한 범인은 단서 하나 남기지 않고, 폐쇄적인 이 작은마을은 침묵한다. 유일한 목격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집행유예 중으로 다시 감옥에 들어갈 위험을 피하기 위해 꽁꽁 숨어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실존하는 지역을 배경으로 쓰여져서인지 세세한 장소묘사가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폐쇄적인 시골마을의 분위기, 마냥 순수하지만은 않은 어린 아이들의 폭력성, 이방인을 적대시하는 사람들, 부모가 자식에게 가하는 억압.. 육체적 폭력보다 정신적 폭력이 더 오래, 더 깊게 남는다했던가. 단순히 소설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우리 삶 가까이에 존재한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범인으로 의심되는데, 읽으면서 이 거미줄 같은 촘촘한 구성의 중심에 자리한 진짜 진실을 유추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캠핑장 화재의 신고자인 펠리치타스 몰린의 이야기 역시 숲속 외딴집이라는 설정의 공포영화를 보듯 거의 모든 장면에서 서스펜스적 긴장감이 넘친다.


오랜만에 접한 타우누스 시리즈인데 그동안 작가의 필력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단 걸 실감했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진행되는 이야기와 실재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게끔하는 작가 특유의 촘촘한 구성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언젠가 독일에 가게 된다면 타우누스 지역에 꼭 들러보고 싶다. 넬레 노이하우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역을 탐방하는 패키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억압은 부인(否認)의 가장 치명적인 형태다.

-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 C.Northcote Park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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