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고 난 뒤 아직 남아있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이 감정을 글로 옮기자니 너무나 어설프다. 글을 읽었다기보다 한 사람의 슬픔을 보았기에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어둠과 빛, 삶과 죽음... 그 경계.

짧게 빛났지만 세상의 모든 흰 것들에 스며있는 당신의 기억.

당신이 죽은 곳에서 내가 태어났고, 당신이 살았을 삶을 내가 사는 것처럼 당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흰 것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마주한 고통의 끝에서 초를 켜듯 무명을 태우고, 그가 들었을 처음이자 마지막 말을 백지에 힘껏 눌러쓰며, 마침내 작별을 고한다.



시를 읽듯 천천히 곱씹게 되는 문장들. 잠시 읽기를 멈추고 사유하게 하는 한강 문체의 매력.


"언니, 라고 부르는 발음은 아기들의 아랫니를 닮았다. 내 아이의 연한 잇몸에서 돋아나던, 첫 잎 같은 두개의 조그만 이."

-아랫니

"만일 삶이 직선으로 뻗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사이 그녀는 굽이진 모퉁이를 돌아간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문득 뒤돌아본다 해도 그동안 자신이 겪은 어떤 것도 한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중략) 그제야 주변의 모든 나무들이 무엇인가에 사로 잡힌 듯 되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숨막히는 낯선 향기를 뿜고 있다는 사실을, 더 무성해지기 위해 위로, 허공으로, 밝은 쪽으로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흰나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