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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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범죄 한 건이면 의사가 필요없다.

 

평온하기만 하던 요양원에 갑작스레 찾아온 변화는 노인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브리오슈나 케익 같은 간식의 가짓수를 줄이고, 산책을 제한하고, 취침시간을 정하는 등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을 빼앗기고 억압당하자 메르타는 무언가 결심 한다.

그것은 바로 평소 같이 몰려다니던 합창단원들을 꾀어내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는 것!

과연 메르타 할머니는 성공할 수 있을까?

 

 

삶의 한가운데서 밀려난 이들이 벌이는 제대로 한탕 하는 법.

 

감옥? 노인? 제목만 보고 잔잔하게 흘러갈 줄 알았던 이야기는 예상 외로 스펙터클했다.

노인들이 어떠한 계기로 조직을 구성하고 범죄를 계획하며 또 서툴고 느리지만 그 제대로 한탕하는 여정을 함께 지켜보고 나니 물론 재미도 있었지만, 왠지 좀 서글퍼졌다.

"낙엽 지는 황혼기를 맞아 인생을 조금 즐겨 보고 싶은 노인들이
강도가 되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면
그 사회는 분명 뭔가 잘못된 사회임에 틀림없다"

요양소에 새로 부임한 소장 맛손에게 노인들은 돈벌이 수단이며, 요양소 직원 바르브로 역시 맛손에게 잘보이기 위해 잘못된 일들을 묵인한다. 노인들이 바라는 평범한 삶이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골치 아픈 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범죄 이야기를 넘어 이 사회가 노인을 대하는 방식과 시선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조용하고 따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혹은 원할 거라는 편견,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히 사랑에 대한 감정도 수그러들거라는 편견.. 잡초만 무성한 듯 보여도 꽃은 피어있기 마련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삶의 형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우리가 갖는 편견에 있다.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으며 불시에 정곡을 찌르는 작가의 필력에 두꺼운 분량에도 지루함 없이 읽었다. '힘을 얻은 노인들'의 주도면밀한 범죄전략은 가히 혀를 내두를만 하다. 보행기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이 세상을 깜짝 놀래킨 강도단인줄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메르타 할머니가 감옥에 가기로 결심한 것은 이 사회에서 더이상 주류가 아닌 이들이 본인도 모르는 새 잃어버린 제 삶의 주도권을 다시 되찾으려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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