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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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사람들이 포만감에 지친듯 여기저기 누워있다. 여기서는 선인장조차 가시가 없다.

피터르 브뤼헐의 '게으름뱅이의 천국'은 배가 터질 것 같은 긍정성의 사회, 동일자의 지옥을 보여준다. 나는 이 그림이 지금 현재의 우리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동일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할 수 있음이 지배하는 성과사회에서 과연 진정한 사랑이란게 존재할까.


오늘 날 사람들은 안락함만을 원하며, 그 속에서 나르시시즘에 빠진다. 사회는 점점 고립되고 관계는 단절된다. 모든 것을 상품으로 전시하고, 구경거리를 만드는 세상의 포르노화는 가속화 되어간다. 에로스가 지배하는 충동, 용기, 이성. 에로스의 종말.


저자가 여러 영화, 그림, 철학서적을 인용해 끊임없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진정한 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 나를 포기하고 타자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만이 비로소 시작된다. 사랑은 둘의 무대다.


"나를 사랑하는 당신을 사랑하면서 나는 당신 속에서 나를 다시 발견한다. 당신이 나를 생각하기에. 그리고 당신 속에서 나를 버린 뒤에 나는 나를 되찾는다. 당신이 나를 살아있게 하므로." 마르실리오 피치노


두께는 얇지만 군더더기 없이 딱 전하려는 메시지만이 담겨있다. 철학적 지식이 없어 읽기 어려웠지만 두고두고 꺼내 읽어야하는 책임에는 분명하다. 천천히 넘기는 책장 속에서 공감하고 감탄하며, 또 사유할 수 있는 것이 철학서만의 매력이 아닐까. 그렇다면 고민해보자. 나는 과연 진정으로 '사유'할 수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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