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여자 - 일상에 도전하는 철학을 위하여
줄리엔 반 룬 지음, 박종주 옮김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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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할 때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은 전혀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접할 때이다. 그리고 드물지만 그보다 더 즐거운 일은 틀에 박힌 사고를 전복시키는 글을 만날 때이다. 줄리엔 반 룬의 <생각하는 여자>는 동시대 여성 철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익숙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돌아보고 사유하게 한다. 불편한 줄도 모르고 불편을 감수하고 사는 삶 같은 것 말이다.

 


치과 치료 때문에 얼굴에 멍이 든 채로 어린 아들과 버스에 탄 저자는 승객들에 오해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그 사건은 순식간에 저자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또한 나는 정확히 그녀였다. 나는 매 맞는 여자의 유령이었다. 그녀는 내 안에 살아 있었다.“ p.198 내가 낯선 이에게 느끼는 동질감은 순전히 같은 성별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꽤 자주 서글프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했던가. 저자 줄리엔 반 룬은 사유하고 글을 쓰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정답이라 말한다. 올바른 결과나 어떤 성과물의 도출이 아닌 여성 개인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말이다. 그리고 여기 그녀의 글이 있다. 당연하게도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나는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 본문에 언급된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두려움과 경이가 동전의 양면이라고 여겼다. 그가 말하기로, 경이의 계시가 갖는 갑작스러움은 그것이 우리의 무지가 얼마나 깊은지 드러낸다는 점에서 일종의 충격일 수 있다.”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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