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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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들어갈듯 강렬한 햇볕, 뱀과 악어 그리고 태풍.

11편의 단편집을 내리 읽고 나니 가보지도 않은 플로리다의 열기가 코끝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다. 내리쬐는 강렬함 그 구석에 존재하는 그늘처럼 이야기는 이질적인 동시에 익숙하다. 로런 그로프의 <플로리다>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마치 섬과 같다. 자의로, 타의로 고립된 사람들과 그들에게서 풍기는 외롭고 어두운 감정은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존재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고뇌. 누군가 혹은 무언가 나를 구제해줄 수 있을 거란 희망에서 비롯되는 절망.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이야기는 이상스럽게도 온기를 주는 것 같다가도 금세 앗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인해 깊고도 광대한 시선을, 단순히 문제를 던져주고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 관점의 이동을 경험한다. 결국 돌고 돌아 나를 마주하는 것. 묵묵히 시간을 견디며 살아내는 일처럼 앞으로 나아간 듯 보여도 결국은 제자리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 어쩌면 삶은 그게 전부일지도. 아무튼 이렇게 특별한 사건 없이도 평범한 일상과 내제된 불안을 맞닥뜨려 하나의 소설로 탄생시키는 것은 로런 그로프가 지닌 강점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장편소설보다 짧은 호흡의 단편소설이 더 취향이었다. 책을 읽는 일이 일상이 된 이후로 마음에 걸리는 문장을 만나는 일은 점점 흔치 않아졌는데, 거의 모든 단편에서 소설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문장을 만났다. 그래서 가보고 싶다. 기 드 모파상의 흔적을 좇아 프랑스로 향한 『이포르』 속 여인처럼, 플로리다의 열기 속에서 로런 그로프를 만나보고 싶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실패를 독서라는 행위 안에 묻어버리는 것처럼,”

 

우리 외로운 인간은 너무 작고,

달이 우리를 조금이라도 알아차리기에

우리 삶은 너무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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