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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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취미가 없던 어린 시절 어쩌다 읽게 되는 책들의 대부분이 에세이였다. 삶에 대한 고민의 답을 책에서 찾으려던 시도였는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는 아예 멀리 하는 분야가 되었다. 그때 그 시절 책에 담긴 조언은 대부분 나를 바꾸는 데에서 시작되곤 했다. 물론 더 나은 나를 꿈꾸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게 나를 타박하고 채찍질하는 부정적인 조언들은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가끔씩 잘 쓰인 에세이를 일부러 찾아 읽는다. 사람 사는 것 다 비슷하다지만 나와는 다른 영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살면서 깨달은 사소한 진리를 잘 정리된 이야기로 듣는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일이 된다. 그토록 원했던 인생 선배를 만난 기분이랄까. 그런 위로를 책에서 얻는다.

 

 

저자 박애희의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는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평범하고도 미숙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영화, 드라마, 소설과 시 등을 통해 풀어낸다. 지나온 삶에 늘 후회만이 가득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어긋나는 것이 인생이라고, 그러니 나를 옭아매지 말고 삶의 균형을 지키면서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보다는 미안함을 표현할 줄 아는 어른이 되기를, 꿈 이후의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어쩐지 그동안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던 나의 노년의 삶이 조금은 그려지는 것도 같다. 타인에게 상냥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책을 덮고서 마음에 걸린 문장들을 곱씹어본다. 본래 삶이 그러하듯 결국은 망각하게 되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오래 기억하고 싶다.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작가로 일했던 그녀의 전력 때문일까. 읽는 동안 잔잔한 라디오를 듣듯 어떤 편안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우리가 계획한 인생의 엔딩은 자주 엎어질지 모른다. 인생은 영화와 달라서 등장인물도 수시로 바뀌고 예기치 못한 사건도 아무 때나 일어나니까. 그때마다 체념에 얼룩지지 않은박 선생의 말간 웃음이 민주를 위로했던 것처럼, 수많은 인생의 선배들이 했던 이 말을 꼭 기억할 수 있기를. “괜찮아져요.” P.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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