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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 문학동네시인선 100 기념 티저 시집 ㅣ 문학동네 시인선 100
황유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평점 :
한줌의 모래처럼 소화되지 못한 시구절이 마구 새어나간다
시에서 산문으로 이어지는
단어의 나열에서 짐작해보는 심상은
찰나의 파착의 순간으로
계절의 낙하처럼
한 권의 책에서 다양한 시인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버거운
밀려드는 감정의 홍수
겹겹의 소음
다 듣지도 못했는데 끝나버린
나에게 시라하면
열심히 활자를 두드리고
또 갸웃거리는
골똘히 흐르다
마음에 안착하는 단 한 구절
그것은 비냄새 머금은 심상
높은 습도 탓에 사방에 퍼진 서글픔
당신의 아름다움이 멈출 수 없는 글이 될까봐물기 속에 묻어둔 그 마음
비가 왔다 낮잠을 자고 꿈에서 누군가와 싸웠다
짐승의 털이라도 가진다면 웅덩이에 몸이라도 던지겠지만
젖은 베개를 털어 말리고 눅눅한 옷가지에 볼을 부비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만 편지를 세탁기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
…
죽은 공처럼 누가 날 발로 차주었으면
들어가지 마시요 끝말이 틀린 경고문 안에서 우리는 튀어오르고
골대가 없는 농구장에서 던지는 연습을 했다 공을 주면 살아서
받아내려고 멈추지 않았다 누구의 공인지도 모른 채
죽으면 안 되니까, 산 것을 가만두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죽음이었다
오병량 - 편지의 공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