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문학동네 시인선 111
이현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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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지나고 상실의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찾아오는 고요한 부재와 그리움, 추억을 섬세하고 비밀스러운 언어로 그린 이현호 시인의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일상 곳곳에 스며든 연인에 대한 추억은 무엇보다 집이라는 공간에 초점을 맞춘다. 주어는 뒤집히고 비문 가득한 이 시의 표현들은 그래서 더 내 마음 같다. 어쩌면 서로가 함께 일때보다 부재할때 나에게 더 많은 감정을 안겨주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더이상 우리가 아닌 나의 집이고 또한 나의 우리집이며 그대가 없기에 빈집이기도 한 그곳에 진동하는 귤 향기처럼, "빈자리가 가장 짙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가 비는 것은 우리에게 비어 있는 것뿐이었다.

삶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습관

우리는 살아 있다는 습관

살아 있어서 계속 덧나는 것들 앞에서

삶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불행

그것마저 행복에 대한 가난이었다.

<아무도 아무도를 부르지 않았다 中>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였고

혼자와 더불어 나는 혼자였다

날이 밝으면 나도 혼자처럼 아름답고 싶어요

― 기도를 가장 먼저 듣는 건 나 자신입니다, 신의 귀가 우리보다

밝았더라면 애초에 기도는 그쳤을 거예요

<살아 있는 무대 中>


죽은 사람의 눈을 손바닥으로 빗어 감기는 건 다 읽은 책을

침묵의 도서관에 돌려주는 것뿐임을 알게 되겠지

침묵은 모두의 비문(碑文)이라는 것을 기억하겠지

<눈〔目〕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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