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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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유독 '공감'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소설 속 인물의 심리 상태에 빠져들어 덤덤하게 읽다가도 단 한 줄의 문장에 눈물이 왈칵 차오른다. 책 속을 메운 수많은 문장들은 현실 세계에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 그러면서도 자칫 흩어지기 쉬운 찰나의 세세한 감정들이 이어져 있다. 어떤 거창한 이야기 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좌절감, 수치심, 죄책감의 감정을 서술하며 독자를 위로한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것이 당신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무척이나 진부해보이지만 사실 큰 힘이 되니까. 때론 단순한 공감이 백 마디 위로의 말보다 나은 법이니까. 




우리는 필연적으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무해할 수 없는 일이므로. 그렇다면 무해한 사람이란 무엇일까. 흔히 일상적인 관계에서 볼 때 사람들 사이에서 '만만하다'고 명명되는 사람이 아닐까. 거절을 잘 못하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 늘 긴장하고 주위 눈치를 보는 사람. 사실 나 또한 그렇기에 단편들 속 인물들에 더욱 공감했던 것 같다. 소설에서 무해하다고 일컬어지는 인물들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유해한 사람이었으며, 주변인물들의 무지와 무관심, 오판 속에서 무해한 사람으로 더욱 견고한 벽을 쌓아간 것은 아닐까. 온전히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싶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도, 받고 싶지도 않다. 은근하게 신경을 거슬리는 손 거스러미 같은, 생채기 하나 없이 백색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절대로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 그것이 나의 독선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나를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게 했다. 어느 시점 부터는 도무지 사람에게 다가갈 수가 없어 멀리서 맴돌기만 했다. 나의 인력으로 행여 누군가를 끌어들이게 될까봐 두려워 뒤로 걸었다. 알고 있는데도.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완전함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함 때문에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몸은 그렇게 반응했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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