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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눈보라가 점점 심해져 덧문을 때리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리고 있었다 탄광이 사라진 지금, 뭐가 좋다고 이런 벽지에서 살고 있는지 때로 자신도 알 수 없어진다." _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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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마을로 한때는 잘 나갔던, 그러나 지금은 이발소가 두 곳, 그리고 주유소가 한 곳 뿐인 동네.
그런 이발소나 주유소나 매한가지로 한가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런 시골.
일본 또는 한국 어딘가에 있을 법한 시골, 도마자와에 지금 다른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다!
젊은 변화의 바람!
가업을 잇겠다고 돌아오는 청장년들과 새로 생기는 가게, 의욕있는 공무원들까지.
새로운 가게가 열기도 하고 영화 촬영이 이뤄지기도 하는 그런 시작.
우선 무코다 이발소의 이야기.
이발소를 운영하는 야스히코는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았다.
아버지의 건강을 핑계삼아 실은 도피에 가까웠다.
"이미 사반세기 전 일인데, 그때 기억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가 지진처럼 마음을 뒤흔들고, 야스히코를 기소침하게 만든다. 지금 상황에 큰 불만은 없다. 이발사 일에 자긍심도 느기고, 신의 기술도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인생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여전이 햐스히코를 괴롭히고 있다. 쉰세 살이나 된 중년 남자가 이 꼴이다." _41쪽
(아마도 그런) 그였기에 돌아온다는 아들이 탐탁치만은 않고, 도시생활로부터의 단순도피가 아닐까 라며 자꾸만 의심한다.
- 자기가 한때 그랬던 것 처럼, 그래서 자꾸만 후회를 곱씹는 것 처럼.
본인들 세대의 수많은 시도와 실패들로 인해 젊은이들이 애쓰는 변화의 시도들조차 믿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마을 축제를 크게 만들어 보려고 한다.
축제를 앞두고 그러나 동네 어른 중 한 분이 위중한 상태에 빠지고, 동네 사람들은 걱정을 한다.
'늙음'이 이 시골마을에서는 '젊음'보다 수 배는 흔하다.
건강을 조금씩 잃어가되 수명은 급하게 늘어만 간다.
그리고 그 주위를 버티며 지키는 사람들은 더 지쳐간다.
"바바 할아버지도 아마 별 불만이 없을 것이다. 후사에 할머니가 집 안에만 박혀 있는 것은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하늘에서 종달새가 재잘재잘 지저귀고 있었다." _107쪽
인구의 노령화도 문제이지만, 시골로 시집오려는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다.
한국도 그렇지만, 늦게까지 가정을 꾸리지 못한 시골 청(장)년 들이 그렇게나 흔하다.
청년의 귀농을 환영하기만은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다.
귀농하겠노라고, 이발기술을 배우겠노라고 선언한 아들이 걱정되는 건 아버지 뿐만이 아니어서 어머니는 시골에서 결혼할 여자를어떻게 구하겠느냐고 걱정을 한다.
벌써 마흔이 되고, 마음이 작아져서 집안에만 두는 동네 청년 다이스케도 있고 말이다.
그렇지만 거기에 문제가 있다면 어딘가게 해결책도 있는 법.
""저는 마흔이 되도록 신붓감을 찾지 못해 여러분에게 걱정을 끼쳤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렇게 아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아내는 중국에서 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나라로 시집을 가겠다고 결단을 내린 그녀의 용기를, 저는 무엇보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런 아내의 결단에 답할 수 있도록, 저, 그......," 다이스케가 말이 막혔다. "행복하게 해주겠다. 그 말이지!" 세가와가 외쳤다. " 네,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시골마을의 특징들- 소문은 천리마보다 빠르며, (좋은 일이고 나쁜 일이고) 옆집 일에 팔걷고 나서는 모습, 고령화, 외국인 신부, 최근 시작된 젊은층의 귀농 등-이 우리나라 시골의 이슈들과 거의 비슷하게 묘사된다.
조그마한 술집이어도 새로 생기는 가게라면 화젯거리로 입에 오르내기기까지 한다.
(도시에서는 가게가 술집이 음식점이 생겼다가도 사라지고, 사라졌다가도 생기는 게 그야말로 숱한 일인데)
여기서 자란 누구누구의 여식이 도쿄에 머물다가 술장사로 귀향(?) 했다더라 하는 이야기에 대부분의 동네 남자들이 줄을 서 먹고 마시고 연심같은 것도 품어보고, 대부분의 여자들을 입방아를 찧는다.
"야스히코는 사나에에게 남자가 있는 듯하다는 말은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연심이다. 그런 꿈이라도 꾸지 않으면 도마자와의 겨울은 너무 따분하다. 술집 사나에는 오늘 밤도 북적북적하다." _203쪽
시골에서의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고, 도마자와의 겨울이 깊어지면서 야스히코는 조금씩 아들의 귀농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예술영화의 촬영지로- 관광사업을 위해- 마을의 도로와 시간과 장소를 내어주기도 한다.
정보화 마을, 관광작물 재배, 농촌체험 프로그램과 지역축제의 개발과 홍보 등 (시골)마을을 살리려는 노력들이 한국과 매한가지로 치열하다.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시선과 따뜻하여, 유머러스한 문체로 접근하여 풀어내는 문제들은, 분명 사회문제들 들고 온 것들인데도 부드럽게 읽힌다.
온화한 해답같이 읽힌다.
"그래도 누군가는 위로해줘야지. 안 그러면 점점 더 고립될거라고." _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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