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에 흘린 피는 살이 찢어지면서 난 게 아니었을지 모른다고... 남들이 감히 나의 상실과 상처에 대해 "별 것 아니야.", "너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그러고 살아.", "시간이 지나면 좋은 경험이 될 거야." 같은 개뼈다귀 같은 소리를 해대며 평범하게 만들어버릴까봐 아무도 모르게 꽁꽁 처매고 있던붕대가 파도에 휩쓸려 나가는 바람에 터져 나온 피가 아니었을까 하고......." _31쪽 (#파트릭모디아노 #네가길을잃어버리지않게 #문학동네)
고전은 그리고 문학은 채근하지 않는다.
질문을 마구잡이로 던지지도 않는다.
조용히 뒤로 나앉아서는 스스로에세 질문할 시간을 준다.
개뼈다귀 같은 소리들을 되짚어 볼 수 있도록 여유를 주고, 관찰력을 준다.
묻지 않았던 질문에 현명한 조언을 준다,
"그러니 시간이 빠르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시간 낭비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낸 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가슴으로 느낀 것 없이 보낸 하루를 두고 하는 말이단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시간에 대한 죄책감을 버리기로 했다." _131쪽 (#미카엘엔데 #모모 #비룡소)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자꾸만 시간과 공간과 그 흐름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글들에 더 눈이 간다.
2016년 마지막 줄에 서서 내가 지금 뭐하는 건지, 괜찮은 건지, 어쩐건지, 이대로 시간은 괜찮은지.
걱정을 하는 데도, 또 글은 그대로 위로를 준다- 다 괜찮다고.
"딱히 이기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자꾸만 지는 것 같아 울적할 때는 돈키호테를 떠올린다. 그의 말을 되새긴다. "힘을 내게. 나도 그렇게 할 테니." 그리고 이 말도. "기운을내게. 자네도 겪어보면 내 용기를 이해하게 될 걸세."(1권 p.264) 그러면 나는 산초처럼 답한다. 그럴게요. 존경하는 기사님." _267쪽 (#미겔데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열린책들)
한 권의 책에 대해 짧게 쓰인 글들은 비록 모든 사람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을지언정, 여전히 옳다.
누군가에게는 저 문장이, 나에게는 이 문장이, 또 다른 이에게는 또 다른 문장이 위로해 줄 것임이 틀림이 없다.
말했던가, 책을 소개하는 책은 위험하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한 권 한 권의 책마다 한 두 문장은 꼭 소리 내 읽고 싶은 구절이 소개된다.
아 이건 읽어야해 하는 책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목만 읽어 본' 책들이 많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문학의 불효용성을 옹호하며 응원하지만) 왜 문학을 읽냐거든 이 책을 읽어보라며 건넬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소개하는 책은 위험하다고 말했던가.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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