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휴식하라 - 회복과 치유를 위한 33일간의 철학 세러피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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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되어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은 철학을 어렵고 머리아픈 사변적 학문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인간과 세계, 우리 삶에 대해 이렇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논하는 학문이 또 어디있을까. 뭔가 들여다보고 싶지만 높은 벽이 있는 것같은 철학. 이 책의 제목처럼 철학으로 휴식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때때로 삶이 힘들거나 지칠 때 내 영혼을 지탱해줄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이 책은 33인의 철학자를 한 명씩 만나보면서 삶에 대한 깊은 사유와 동시에 마음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책이다. 위로가 필요할 때, 욕망과 집착으로 괴로울 때,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용기가 필요할 때, 혜안이 필요한 순간 철학자들이 우리에게 주는 따뜻하고도 단호한 메시지는 큰 힘이 된다. 소크라테스, 공자,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이미 익히 알려진 철학자의 이야기도 있지만 한나 아렌트, 지그문트 바우만와 같은 비교적 최근의 인물이 들려주는 충고도 있고, 엘자 고다르나 데이비드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처럼 현존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있다. 철학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철학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신선했으며, 고대 철학자부터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초월한 철학자들의 지혜를 만나볼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행복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대목은 미국의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 관련 부분이다. 사회의 밑바닥을 경험했기에 더 세상을 냉정하게 볼 줄 알았던 그는 재산과 명예가 무대소품에 불과함을 느꼈고, 오로지 그 자신의 경험을 통해 용기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생기며 가진 것을 버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 몇 장으로 그의 생각의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기에 추가적으로 관심가는 철학자나 그의 사상은 따로 찾아보게 된다. 또한, 데이비드 브룩스의 경우는 일전에 읽었던 '인간의 품격'과도 연결되어 더욱 그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 책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철학책같기도 하면서 인간 내면의 상태를 파고들어 도움이 필요한 심리상태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해준다는 측면에서 심리서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철학자의 메시지를 풀어놓는 방식은 전혀 어렵지 않으며 간결하다. 매일 15분이면 충분히 한 철학자의 이야기를 읽고 현재 나의 마음이나 삶에 대해 사유할 수 있다. 각 철학 또는 철학자의 핵심을 살리면서 부드럽게 마음 상태에 접근하는 방식이 책의 가독성을 높인다. 철학이 사라지는 경쟁사회에서 마음의 휴식이 절실히 필요한 요즘과 같은 시대에 따뜻한 메시지와 더불어 지혜와 지식까지 함께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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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율, 강의와 강연 하이데거 전집 10
마르틴 하이데거 지음, 김재철 옮김 / 파라아카데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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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은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현존재, 저서인 <존재와 시간>정도였다.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윤리 교과서에 단 몇 줄 소개되어있던 철학자이지만 불안, 존재 자체, 죽음 등 실존하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현대 철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데거의 사상을 좀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었다.



이미 잘 알려진 <존재의 시간>이란 책은 하이데거의 전반부 철학 사상을 서술하였고, '근거 없이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의 <근거율>은 하이데거의 후반부 철학 사상이 집약되어 있다. 이 책은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아름다운 말의 철학적 근거를 조목조목 따져보며 근거율이 하나의 명제로 존재하는 방식은 다른 모든 명제들과 비교될 수 없는, 즉 근거율은 모든 근거명제들 중의 근거명제임을 말하고 있다. 마치 수학에서의 공리와 같은 느낌을 준다. 수학도 결국 철학의 하나라는 것을 뒷받침하듯 이 책에서는 라이프니츠가 자주 언급된다. 라이프니츠는 데카르트가 너무 많이 의심하고 너무 쉽게 의심하는 것과 거리를 둠으로써 실수를 범했다고 말하며 사유의 대담함과 절제함이 각기 적합한 장소에 있어야 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파이데이아와도 연결된다. 라이프니츠는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인과성의 원리를 근거의 원리와 동등하게 보며 증명과정을 위한 두 가지 최상의 원리로 모순의 원리와 이유 보충의 원리를 내세웠는데, 여기서 이유 보충의 원리가 근거율의 강력함을 나타내준다.

근거율은 근거에 관한 진술이 아니라 존재자에 관한 진술이다. 존재는 더 이상 존재하는 어떤 것을 위해 설명될 수 없다. 이를 부연하기 위해 칸트의 '선험적 가능성의 조건'과 순수이성비판, 헤겔의 철학도 연동된다. 결국 사유의 자유로운 가능성인 도약을 통해 '존재의 역운'이라는 표현이 뜻하는 것에까지 접근해본다.

더불어 괴테는 '때문에'에 머물고 '왜?'를 묻지 말라고 했다. '때문에' 는 '왜' 에 대한, 즉 근거 정립에 대해 탐구하는 것을 막는다. '때문에'는 그 자체로 근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학에 상당한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술술 읽어지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열세번의 강의와 근거율에 대한 맺음 강연을 통해 끊임 없이 던져지는 인간의 존재 자체의 사유는 하이데거의 후기철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경을 쌓게 해줌과 동시에 지금 살아 있는 나의 존재에 대한 근거가 어디에서 오는지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그냥 되는대로 살지 말라고, 내 삶의 이유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또 탐구하라고, 헛되이 살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러한 감성적인 말은 이 책에 단한번도 없다. 철저히 이성적으로 근거율에 대해 파헤치면서 하이데거의 철학을 미약하나마 조금이라도 느껴보면서 나의 철학적 감성을 건드린다. 어쩌면 그것이 철학의 지향점인지도 모르겠다. 존재와 실존의 그 미세한 차이, 내재된 불안, 그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 그 날것에 대한 사유가 인간을 더욱 성숙한 주체로 만든다. 나는 이 책을 힘겹게 읽으며 한층 내면적으로 성숙해진 느낌을 받았다. 인간은 사유하는 만큼 성장함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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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쓸모 - 불확실한 미래에서 보통 사람들도 답을 얻는 방법 쓸모 시리즈 1
닉 폴슨.제임스 스콧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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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존의 다른 수학 교양 도서에 비해 확실히 신선하다. 일단, 미국 시카고대 통계학 교수가 저자이기 때문에 다른 수학의 분야보다 확률과 통계에 초점을 많이 두고 있다.



미래의 핵심 알고리즘은 검색이 아니라 추천이다. 이를 가능케하는 것이 조건부 확률이다. 사람들은 의외로 P(A|B)와 P(B|A)를 혼동하기 쉽고 전자를 알면 후자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 단정할 수 없음을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어쨌든 이 조건부확률과 데이터 통계를 이용해 헝가리 수학자 왈드는 항공기 기종별로 생존 가능성을 제안할 수 있는 추천 시스템을 만들어 2차대전에서 연합군 폭격기 조종사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조건부확률을 이용한 방대한 데이터와 모형화를 통한 것이었다. 추천 알고리즘이 반드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이를 적절히 이용해 암연구(맞춤형 요법)나 신경과학 등에 쓰인다면 수학이 이보다 어떻게 더 실용적일 수 있을까.

패턴 예측을 수학적으로 멋드러지게 표현한 르장드르의 최소제곱법은 헨리에타 레빗이란 과학자가 맥동 주기와 밝기의 관계를 나타내는 직선을 알아내는데 쓰이기도 했고 정교한 AI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쓰인다. 구글번역도 결국 예측 규칙이다. 방대한 문장 데이터베이스에 걸쳐서 어떤 영어문장이 어떤 언어의 문장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패턴을 기술하는 복잡한 방정식이 구글 번역이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해답은 베이즈 정리에 있다. 이것은 새로운 정보가 입수됐을 때 기존 믿음을 어떻게 바꿔야할지 알려준다. 자동차는 데이터를 받을 때마다 베이즈규칙을 이용해 위치에 관한 자신의 믿음을 갱신하는 베이지언 업데이트 과정을 거친다. 투자법에도 쓰이고 분실된 잠수함을 찾는데도, 로봇팔을 움직이고 스팸 메일을 걸러내는 데도 쓰인다. 실제로 고3 아이들이 확통에서 많이 접해본 문제 중에 어떤 질병에 대한 검사 결과가 양성일 때, 실제로 그 병에 걸렸을 확률 구하기가 바로 베이즈규칙이다.

우리가 '기하와 벡터'로 치를 떤 나머지 수능에서도 저 멀리 역사로 사라진 벡터는 단어 벡터로 새로 태어난다. 여기서 벡터는 숫자(수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스칼라의 반대의미로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구글 보이스같은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가 다룰 수 있는 수학적 언어로 한 문장의 문맥을 부호화하는 것은 모두 단어 벡터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드무아브르라는 수학자는 예전 6차교육과정 시기에는 복소수와 삼각함수를 이어주는 기본 정리로 유명하지만 제곱근 규칙, 일명 드무아브르 방정식은 통계학에서 중요하다고 한다. 표본 평균의 변동성과 표본 크기의 제곱근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있다는 것으로 대량의 데이터 집합으로부터 알고리즘을 통해 이상을 찾는 역할을 하는데 예를 들어 가스 누출 탐지나 부정거래 적발 등에 쓰인다.

나이팅게일은 사실 수학하는 사람들에겐 통계로 더 알려져 있다. 나이팅게일의 '데이터의 시각화'와 새로운 통게 처리 방법으로 인해 세상은 좀 더 나아졌고 의료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서 전문성의 새로유 표준이 세워졌다.

이 모든 것은 수학적 사고의 바탕 아래 가능한 것이다. 수학은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세상을 좀 더 편하게 만들기도 하며 발전시키기도 한다. 확률과 통계에만 한정지어서 보기만 해도 그렇다. 그럼에도 수학이 어디에 쓸모가 있냐고 물어보는 아이들은 아마 자신이 배운 지식이 활용되는 경험을 직접적으로 갖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동전과 주사위 던지기에 집착한 확률 문제가 아니라, 정형화된 통계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분석하고 처리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시험에 나오지 않아도 즐겁지 않을까, 그런 경험은 ...?

여튼, 나는 이 책을 통해 수학을 배운게 아니라 수학 이외의 부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동안 수학 내적 세계에만 빠져 있었단 얘기가 되겠다(쉽게 말해 문제풀이에만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수학 바깥 세상에서 수학을 만나게 된 것 같다. 이 책에는 복잡한 수식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수학적 지식이 탄탄하지 않은 독자에게 지식을 강요하는 부분도 없다. 물론 조건부확률이나 베이즈 정리 등이 등장하긴 하지만 살짝 언급하는 정도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단지 수학이 이렇게 요모조모로 쓰이고 있는데 그래도 수학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학이 이렇게 중요하다고 반문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수학의 4대 가치가 모두 들어있는 것 같다. 가장 중심이 되는 실용적 가치와 더불어, 자연스레 정신도야적 가치가 빛을 발하고 데이터가 그래프로 표현되는 과정은 심미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수학은 이제 하나의 문화이자 혁신가치다. 이 아름다운 학문을 많은 학생들과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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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첫 과학책
황북기 지음, 김태은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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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 책이 아이에게 읽어준 첫 과학책은 아니다. 이미 다른 책들을 읽으며 이것저것 주워들은 과학 지식은 있긴 했지만 글로 읽어 알게 된 지식과 직접 체험해보고 알게 된 지식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아이에게 직접 손쉽게 엄마 또는 아빠와 함께 과학을 체험해보며 느낄 수 있는 첫 과학책이다.

본책은 머리가 좋아지는 과학, 몸이 튼튼해지는 과학, 감각이 발달하는 과학, 마음이 따뜻해지는 과학 이렇게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내용을 접해볼 수 있도록 그림으로 친근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밀도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토마토주스와 오렌지주스를 섞었을 때, 우유와 토마토주스를 섞었을 때, 이들이 고루 섞이지 않고 토마토주스가 아래에 위치함을 그림으로 제시하고 그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우리는 무거운 것이 아래로 내려간다는 걸 쉽게 이해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를 직접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본책에 딸린 소책자 워크북이 따로 있다.

설탕물로 다시 확인해보는 가상 실험을 해본다. 컵 2개에 똑같은 양의 물을 붓고 한 컵에는 설탕 한 숟가락, 다른 컵에는 설탕 다섯 숟가락을 넣고 저은 후, 한컵에는 빨간 물감, 다른 컵에는 노란 물감을 풀고 빨간색 설탕물 위에 노란색 설탕물을 부었을 때 어떤 색이 아래에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이것을 직접 해볼 수 있게 워크북에 다시 실험 단계를 제시하고 결과를 적는 란에 실험 결과를 적게 한다. 모든 주제가 이러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와 다른 책에서 심장의 역할과 혈관이 들어오고 나가는 그림을 보았었다. 심장에 귀를 대보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는 맥박이 1분에 몇 번 뛰는지 횟수를 세어보게 한다. 가만히 서서 세어보고 뛴 다음 세어본 후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 차이가 난 이유는 본 책에서 다시 설명되어 있다. 본 책과 워크북을 동시에 활용하며 체험하고 이해하기를 반복할 수 있다.

이 책은 구성이 잘 되어 있고 주제가 다양하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모든 영역이 고루 녹아 있고 초등 과학으로 자연스레 연계된다. 이 책 맨 뒤에 교과연계표가 있으므로 참고할 수 있다. 5세부터 시도해 볼만한 내용이 꽤 있다. 독후활동때문에 난감해하는 엄마표 책육아하는 엄마들이 쉽게 독후활동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워크북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 같다. 워크북을 실행하고 미션을 완수하면 스티커를 붙일 수 있게 해서 재미가 배가 될 것 같다. 하루에 하나씩 간단히 과학을 체험하고 놀면서 배울 수 있는 유아 과학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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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 - 철학은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는가
시라토리 하루히코.지지엔즈 지음, 김지윤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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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철학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나의 모든 행동이나 판단의 근거가 되며 각자의 삶의 이유까지도 모두 철학과 관련되어 있다. 철학 책을 읽으면 과거 아주 오래전 철학자들의 이론이 현대에까지 적용되며 이어져올 수 있는 것에 감탄하기도 하고, 인간의 사유가 확장되어 온 과정을 알 수 있기도 해 항상 즐겁다. 특히, 철학을 알면 알수록 인생을 좀 더 의미 있게 살 수 있고 삶에 커다란 활력이 된다. 이 책도 나에겐 그런 의미였는데, 아주 복잡하고 심오한 철학이 아니라 각 철학자의 이론 중 중요한 핵심을 인간 삶의 의미와 연결하여 좀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인생지침서 같았다.

소크라테스 편에서는 무지의 지(내가 모름을 인정하고 아는 것)을 통해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음을 말하며, 플라톤 편에서는 이성적 삶의 중요성을, 아리스토텔레스 편에서는 인간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과 구체적 행동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일찍 일어나기, 근면 등이다. 이 부분을 읽다보면 인간이 욕망하는 돈이 꼭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님을 느낀다. (물론 있으면 좋지만 ...)돈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워낙 유명한 말이지만 오해하기 쉽다. 사고의 존재의 객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지 사람이 생각을 하기 때문에 존재 가치가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게다가 수많은 정보를 회의의 정신으로 대하며 비판적 사고를 습득하는 것의 의의를 알게 해주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완벽히 이해하기 힘든 이유도 데카르트를 이해하면 납득할 수 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데카르트의 회의와 아리스토텔레스의 탁월함이 상충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냐는 반론에 근거를 제시하고 이를 행복과도 연결시키는 등 많은 부분에서 철학과 삶의 직접적 관련성을 느낄 수 있게 서술되어 있다. 흄은 데카르트가 긍정한 자아의 존재를 의심하고 그 자아를 배제하면 거기에 남는 것은 연속적인 경험의 흐름뿐임을 얘기하는데, 이 책에서는 불을 예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준다. 칸트 이론은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이 책에서는 정말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한계를 이해하고 인식 형식을 파악하며 나이가 능력의 범위 안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적합한 해답을 찾아내는 것, 인생관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삶의 해답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의지와 고독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 철학의 지평을 넓혔다. 의지가 고통을 주고 이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인식을 바꾸는 것이며 고독이 삶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거라고 했던 그의 말은 삶을 살아가는 근원적인 부분을 더욱 세밀하게 파고든다는 느낌이다. 밀은 자유론을 먼저 읽고나서 보니 한층 이해가 쉬웠다. 그는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고 다수에 휩쓸리지 않으며 자기 자신으로 사는 삶을 강조했다. 니체는 워낙 유명한데, 그가 말한 신은 죽었단 말은 자기 나름의 가치를 창조하고 자신만의 인생 안무를 짜는 것을 말한다.



소쉬르의 언어분석에 의한 구조주의 발화도 색다른 접근이었고 무엇보다 철학책에서 만난 에리히 프롬의 사랑에 관한 담론은 진짜 인생수업을 받는 느낌이었다. 사랑조차 자본주의에 의해 손해와 이익을 따져 적당한 조건을 고려해야하는 시대에 다음 말은 경종을 울린다.

프롬은 일방적 사랑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있다고 했고 현대의 일반적 사랑과 맞지 않다는 지적은 있지만 그 의미는 크다. 타인 사랑 이전에 오로지 독립적 주체로 거듭나야한다고 말한 부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사르트르는 내 현재의 불안과 무의 상태, 기투, 그리고 주어진 자유가 고통스럽지만 내 행동의 결과에 책임을 스스로 져야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진전된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은 사랑을 통해서 고독감과 고립감을 극복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기 자신 그대로이며 자신의 전체성을 잃지 앓는다. 사랑으로 두 사람이 한 사람이 되면서도 계속해서 두 사람으로 존재하는 패러독스가 일어난다. ...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

이 책은 철학자 12인의 철학을 삶과 결부시켜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야하는지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아주 어려운 이론들을 열거한 것이 아니라 각 철학자들의 주요 이론들을 핵심으로 하여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과 결부시켜 알기 쉽게 예로 설명하였고, 에리히 프롬이나 소쉬르 등 일반적인 철학교과서에서 딱히 다루지 않는 신선한 철학자들도 등장한다. 죽은 철학자들의 생생한 이론은 그들이 영원히 살아숨쉬게 만들었다. 우리보다 먼저 깊이 있는 인생을 살다 간 철학자들의 이론이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보면 철학은 반드시 교양인이라면 한 번 쯤 고민하고 공부해보아야 할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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