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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수기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39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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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러시아 작가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가 귀족인 화자의 시선에서 농노제도가 존재하던 당시의 러시아 농부, 지주, 영지 관리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겪은 이야기 10편을 엮은 단편집이다.

1800년대 러시아의 농노제도를 통해 그 당시 여러 계층의 삶을 엿볼 수 있는데, 주인공인 화자는 여러 농부들이 '나리'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계급이 높은 귀족영주로 추정되며 사냥을 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과 교류하며 농노들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적극적으로 개혁의지를 보이지는 않으며 관조적 자세로 시종일관 관찰자 시점을 유지한다.
그러한 부분은 '영지 관리인'에서 극명히 드러나는데 영지 관리인인 소프론이 농부들에게 행하는 인간 이하의 행동과 그걸 묵인하는 영주를 알면서도 자신 역시 마지막에 '우리는 사냥을 하러 갔다'라며 문제를 알면서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느 귀족와 다른 따뜻한 사냥꾼인 화자의 면모들이 단편 곳곳에 등장한다. '카시얀'에서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살아있는 것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는 카시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그를 이상한 괴짜로 보지만 화자는 그에게서 사려깊음을 느낀다. '르코프'에서는 어부 수초크로 인해 배에 물이 차 물에 빠져버리지만 그를 나무라거나 혼내지 않는다. 다만 그 일 이후의 저녁노을과 풍경을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호리와 칼리니치'에서는 현실적 합리주의자 농부인 호리와 낭만적 이상주의자 농부인 칼리니치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농부상을 보여준다. 특히, 비록 주인의 지배를 받는 농부일지라도 좀 더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농부가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류크'에서 폭풍우로 인해 화자가 신세를 지게 된 산지기는 배가 고파 산에서 나무를 훔친 농부를 결국에는 놓아준다. 주인에게 종속되어 있는 처지는 같지만 밥벌이는 하는 산지기와 배가 고파 먹을게 없는 농부는 다른 처지이기도 하다. '시골 의사'와 아가씨의 사랑은 신분의 처지(혹은 교양의 유무)때문에 선뜻 죽어가는 아가씨의 사랑 고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뇌하다 비슷한 처지의 아내를 만나 기억 한 켠에 숨겨두기만 한다. 이 소설은 이렇든 다른 처지의 두 인물을 극명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대비시켜 처연함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의외의 곳에서 신분이 다른 두 부류가 접점을 찾기도 한다. '죽음'은 어떤 신분이든간에 러시아인들이 아름다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고 '체르토프하노프와 네도퓌스킨'은 태생부터 귀족이지만 선량하고 정직한 체르토프하노프와 겨우 신분 상승을 이룬 네도퓌스킨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과정이 그러진다. 이어지는 '체르토프하노프의 최후'는 그가 사랑하던 아내 마샤가 떠나고 친구 네도퓌스킨이 죽고 가장 사랑하던 말 말렉을 도둑맞은 상황에서 말렉에 집착하던 체르토프하노프가 일년만에 찾아온 말을 죽이고 자신도 죽어가는 과정이 밀도있게 그려졌다. 어떤 대상에 대한 집착이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것에서 인간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뭘까. 농부든 어부든 귀족이든 누구든 관계없이 자신의 삶을 사는 인간의 모습 아닐까. 한발 멀리 떨어져서 농노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화자의 시선에서 따뜻함과 존중이 느껴지는 건 그들 또한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인간임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개인의 가치, 사회의 가치 모두를 생각해보게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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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최유리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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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게 된건 나의 삶이 아닌 남의 삶이 궁금해서였다. 나는 사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고 가방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 조금씩 비싼 가방을 들어야 품격이 있어보인다는 말을 들어도 별 동요가 없다. 가방에 관심이 없으니 브랜드도 잘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앞에서 비싼 가방을 들고 자랑한다해도 가방이 비싼지 아닌지 모르니 자랑을 들어줄 수가 없다. (그래도 샤넬은 들어봤다.)
그래서인지 샤넬백을 버린다고 하는게 가방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가방이 대체 뭐길래? 가방을 버리면 새 삶이 시작될까? 나도 버려봐? 뭐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고 해야하나.

서울대라는 학벌, 박사논문을 쓰고 있던 저자가 우울증에 빠져 있던 어느 순간 자신을 알아차리고 그 모든 걸 벗어던졌다. 저자는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도 일한 적 있고 대학에서 시간강사로도 활동한 적 있는 교육계 종사자였다. 교육계는 특히 다른 직종보다 더 보수적이고 특히 패션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하고 패션에 일가견이 있던 그녀가 선택하는 옷들은 학교에서 잘 맞지 않는 옷이었던 것같다. 사립학교에서 나오게되어 다시 박사논문을 쓰던 중 우울증이 왔고 자신을 존중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 현재 패션힐러로 활동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가 스스로를 알아차리는 과정 중에 핵심이었던 것은 글쓰기였다. 글을 쓰는 과정은 자신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동시에 자기치유과정이었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저자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 책, 영화들이 소개되는데 이걸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미녀와 야수> 제외하고는 부끄럽게도 읽거나 본 적없는 책, 영화이고 나도 찾아보고 싶어 메모를 해두었다.

책 중간중간에 패션힐러답게 나같이 옷을 정말 못입는 사람을 위한 패션 조언도 있어 굉장히 쏠쏠했다. 튀는 옷, 유행인 옷보다 자신의 아우라를 뽐낼 수 있는, 자기에게 맞는 옷을 선택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와있어 나도 한 번 실행해 볼 예정이다. 또한, 나를 알아차리고 자기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도 장과 장 사이에 수록되어 있다. 나는 그러고보니 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직업도 입시 성적에 맞춰 시간이 흐르는대로 가다보니 얻게 된거고, 거의 모든게 그냥 시간에 나를 맡기다보니 별다른 사유없이 진행되는 하루하루다. 저자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그랬는데 나는 아무 생각이 없이 그냥 모든걸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뜨뜨미지근하게 그냥 살았다. 그러다보니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은? 영화는? 나는 언제부터 노래도 듣지 않고 내가 본 영화도 생각나지않는 사람이 된걸까.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의 자기고백이 궁금해서 선택한 이 책은 의외의 순간순간에 자꾸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일단, 저자가 나와 같은 교육계에 종사했었단 이유로 반가웠고 나에게도 쩔어있는 학벌주의가 부끄러웠다. 아이들 입시지도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노랫말같은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가 머리에 박힌다고는 하지만 그건 핑계일지도 모른다. 나도 내 욕심에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가 육아로 포기했지만 잘 된 것 같다. 나는 방향성없이 이유없이 그냥 늦은 임용에 대한 보상책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육아라는 거대한 산이 그걸 포기하게 했다. 저자처럼 자의에 의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나를 정신차리게 해준 아이들이 고마웠다.

저자의 여행에 관한 시선도 참 좋았다. 난 여행이라고는 몇 번 안가봤지만 그때도 그 여행에서 여행지와 그 여행지에 있더 나를 온전하게 느끼지 못했다. 물론 저자가 경계하는 여행지름샷을 찍어본 일도 없지만.

앞만보고 달려온 사람들, 자기가 누군지도 모른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마치 옆집 언니가 나에게 너 그렇게 살면 안돼 하고 조언해주는 느낌이었다. 이런 책이랑 영화가 있는데 생각할 거리가 많으니 한번 볼래? 내가 이렇게 살았었는데 지금 나를 찾고나니 너무 행복해! 너도 네 인생에 대해 예의를 지켜보지 않을래? 이렇게 말하는 느낌. 거기에 패션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패션정보까지. 
이 기회에 나도 잠시 잊고있었던 나를 좀 찾아봐야겠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글로 써내려가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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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20 - 운명을 바꾸는 종이 위의 기적 버킷리스트 시리즈 20
강문석 외 지음, 김태광(김도사) 외 기획 / 위닝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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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방영했던 여인의 향기라는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버킷리스트라는 단어를 접했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여주인공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을 작성하여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내용이었는데 그 이후로부터 버킷리스트가 유행했던 것 같다.

드라마 내용이 꽤나 기억에 남았지만 실제로 내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본 적은 없었다. 막연히 버킷리스트를 적어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미루고만 있던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한국책쓰기성공학코칭협회, 일명 <한책협>의 대표인 김태광 작가에게 책쓰기 수업을 수강한 12인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처음에는 모든 분들의 버킷리스트에 한책협과 김태광 작가의 이름이 공통적으로 등장하여 의아했고 한책협이 무슨 단체인가 궁금하여 직접 찾아보기도 했는데, 글쓰기 특강을 통해 작가의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들을 김도사로 불리는 김태광 작가 겸 대표가 도와주는 협회인 것 같다. 이 협회에서 특강을 받은 사람들이 꾸준히 버킷리스트 책을 내어 현재 버킷리스트 20편까지 책이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 , 12인의 공통된 버킷리스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인데 이 책이 아마 이들이 버킷리스트로 가는 과정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12인의 버킷리스트를 읽으니 공통점이 많이 보인다. 그중 하나가 경제적인 자유이다. 경제적인 자유가 곧 시간의 자유를 이끌고 또한 이들의 다른 버킷리스트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행 또한 거의 대부분의 버킷리스트에 있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구체적인 것은 다르지만 모두 자신의 정신적, 경제적 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 경제적인 자유,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사회에의 공헌... 아마 이 책의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망하는 버킷리스트일 것이다. 결과의 차이는 열망의 정도와 더불어 실천의 차이가 아닐까.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때로는 아픈 과거를 고백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거의 실패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발판삼아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를 읽으면서 마음속 깊이 묵혀두었던 꿈을 다시 펼쳐보게 되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싶지만 꿈이 없어서 혹은 잊고 있어서 실천하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 특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으면 힘이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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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소믈리에가 권하는 맛있는 책 - 좋은 책을 고르는 12가지 비법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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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는 고객들에게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주고 서비스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런 소믈리에가 책과 만나서 북 소믈리에가 되었다. 책은 읽고 싶으나 막상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모르는 초보 독서가들을 위해 와인을 추천해주는 소믈리에처럼 독자의 상황과 흥미에 맞는 책을 추천하고 소개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오랜 기간 중등학교 영어교사로 지내며 고전, 인문,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펴냈으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 책 전문가다. 1980년대에 발간된 오래된 책부터 최근 발간된 책까지 우리가 그냥 지나쳤을 보석같은 책들을 낱낱이 소개한다. 단순히 책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 별로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고 장영희 교수나 알랭 드 보통 책 번역으로 유명한 정영목 번역가 등을 소개하여 책에 대한 정보를 한층 배가시킨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읽었을 삼국지는 워낙 종류도 많은데, 이문열 삼국지부터 시작해서 고우영 삼국지까지 다양한 번역가에 의한 삼국지의 정보를 열거하고 있어서 한 눈에 독자에게 삼국지 전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비교 가능하게 하다. 또한, 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출판사별 전집 특징과 고전을 읽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번역서와 원서를 같이 읽어보라는 조언에 공감한다. 원어 그대로의 느낌을 아무리 충만한 번역이라도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맨 뒤에는 책 전반에 걸쳐 소개한 모든 책들의 목록을 한눈에 알기 쉽게 모아놓았다. 또한 영어공부를 위한 책도 언급하고 있어서 눈여겨 볼 만하다.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을 읽어본 적이 있거나 소장하고 있을 때 나도 좋은 책을 읽었다는 희열을 느꼈다. 특히 <오래된 미래>나 소개된 고전의 경우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는 전시하듯 쌓여는 있지만 두껍거나 어려워보여 아직 손대지 못한 책들도 많다. 하지만 그 책들의 진가를 알고나니 오래간만에 책장 파먹기를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고는 싶지만 어떤 책이 나와 맞는 책인지, 어떤 책이 양서인지 분별할 수 없을 때, 이 책을 가이드삼아 책을 골라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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