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사회 이반 일리치 전집
이반 일리치 외 지음, 신수열 옮김 / 사월의책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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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집단 전체를 겨냥한 일리치의 비판을 필두로 의료계, 서비스업계, 법조계, 노동계 집단의 면면을 각 부문별 저자들이 세밀히 분석하며 공세를 펼치는 책. 이반 일리치 전집에 포함되기엔 살짝 아쉬우나 여전히 전문가 권력을 인정하는 작금이라면 한번쯤 생각할 만한 여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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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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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훑어봤을 때는 그저 이상할 뿐이던 내용. 작금에 와서는 조선시대, 한국근대, 한국현대에 걸친 3명의 여인사(史).-그네의 유장한 생명력의 경이. 유행과 동떨어진 이야기와 문체 때문에 단독으로 존재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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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O와 망각의 강 이반 일리치 전집
이반 일리히 지음, 안희곤 옮김 / 사월의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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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치가 지휘하는 ‘물‘의 레퀴엠. 공동체의 상상에서 비롯된 상징과 비유, 신화로 가득하던 물의 신비가 H2O로 환원되버린, 사그러진 관념에게 바치는 160페이지짜리 애도. 제2장 공간 부문은 곁다리 면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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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포도밭 - 읽기에 관한 대담하고 근원적인 통찰
이반 일리치 지음, 정영목 옮김 / 현암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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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는 듣고 말하는 청각 행위에서 부터였다. 이게 ‘읽기‘의 12세기 버전이라면 시각에 집중한 현대의 묵독은 발전한 버전일까 퇴화한 버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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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포도밭 - 읽기에 관한 대담하고 근원적인 통찰
이반 일리치 지음, 정영목 옮김 / 현암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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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문해 인구층을 확대한 영향이야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 언급될 만큼 막대하다. 그런데 인쇄가 시작되기 3세기 전에 '책읽기'라는 행위의 의미가 변한 시점을 일리치 이전에 관심을 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보이는 기술 발전은 알아채기 쉬우나 보이지 않는 변화는 통찰하기 어렵다. 읽기가 낭독에서 묵독으로 의미가 변하거나, 알파벳을 라틴어가 아니라 토속어를 표현할 도구로 활용하는 등의 사건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탐구 주제로 삼을 생각조차 못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중세 수도사인 후고가 쓴 『디다스칼리콘』이란 독서 가이드의 해설서이긴 한데 이론연구서라기 보다는 '읽다'란 표현이 내포한 의미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는 주요 근거로써 지금의 독서 행위를 성찰하자는 목적이 크다. incipit니 cogitatio, artes 등의 생소한 라틴어를 학습하는 즐거움도 있겠으나, 텍스트가 페이지에서부터 분리되면서 만들어낸, '책'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순간을 포착하는 기쁨이 더 크다. 지금껏 책읽기에 익숙해진 독자라면 12세기의 '책'이란 경외감으로 받들어야 하는 성물이란 사실에, 수사들이 중얼중얼대며 함께 소리내는 신체활동인 '읽기'에 어리둥절할 법하다.

  심지어 '쓰기'란 저자의 말이나 구술을 기록하는 바를 의미하지 저자의 생각과 사고 체계를 정돈한 지식과 정보의 집합체가 아니었다. '읽기'는 귀를 위시한 '청각'에 집중한 활동이었는데 장 제목, 색인, 종이, 문단, 띄어쓰기가 도입되며 눈으로 보는 '시각'활동으로 전환된 것이다. 저자가 수도사들의 '읽기'를 악보에 비유한 바는 그래서 적절하다.

조선시대 서당에서 훈장이 천자문을 읽어 준 후 학동들이 낭독해 암송하는 방법이 주를 이루었던 사실을 보면 '읽기'는 소리를 내는 감각기관 활동이 먼저지 이해, 숙지, 기억을 되새기는 정신활동은 부속이나 다름없었다.

  책읽기란 입으로 맛보고 기억의 궁전에 새겨넣어 묵상으로 되새기며 음미하는 전방위적인 행위고, 수사에게는 경건한 영적 활동의 일환으로 신이라는 '지혜'에 다가가는 기도 행위다. 책뿐만 아니라 SNS, 뉴스미디어, 잡지기사, 영화, 드라마 등 쏟아지는 정보를 숙고할 필요가 없는 현대인에게 12세기의 책읽기는 기괴하기 이를데 없다. 그러나 '읽기' 몰입감으로 삶에 변혁을 꾀하는 그들의 삶의 방식에 비춰 지금의 '읽기'가 어느 선상에 있는지 내 읽기는 어느 축에 기울어 있는지를 곱씹을 여지는 충분하다 본다.

  전체 335 p. 분량에 196 p.부터 주석과 참고문헌으로 빼곡하다. '주석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은 한 삶이 어떤 구역을 자주 걸으며 주워 모았고, 이제 그 풍부한 기념물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소박한 이유치고, 부지런히 자료를 끌어 모은 정성에 그의 책을 수사식으로 읽는 흉내는 해야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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