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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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책.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책을 읽는 내내 삶을 진지하게 다시한번 바라보게 되었고 내가 내 삶의 연금술사가 과연 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아주 작은 책이지만 한장한장 쉽게 넘어갈 수 없었고 가슴을 울리지 않는 구절이 없었다.
사막이라는 인생을 건너고 있는 동안 나는 매순간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있는가. 사막의 독사가 보였던 행동은 바로 나의 모습이었다. 그 누가 내가 그어놓은 선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정해놓았던가. 바로 나였다. 그 선을 그은 것도, 그런 규율은 정한 것도 바로 나였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아찔해 책을 덮고 말았다. 너무도 부끄러워 도저히 다시 펼칠 수가 없었다.
용기와 희망을 얻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의 언어를 배울 수 있었다.
구입한지 꽤 오래되었는데 <연금술사>는 그동안 주인의 눈에 띄지 않게 꼭꼭 숨어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천지의 모든 일이 이미 기록되어 있다!"라는 코엘료의 말처럼, 이 책은 내 생의 힘든 지금 이순간에 읽히도록 기록돼 있었나보다.

thanks, Coel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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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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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선택은 박민규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듣던 대로다.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어릴 적 많은 시간들을 함께 했던 우리의 미제 영웅들을 소재로 현실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냉소, 그것을 통해 나 자신, 우리 자신의 현재 위치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탁월한 능력. 정말 드디어 새로운 작가를 만났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의 소설이라는 것이 늘 작가가 자기 자신 안에 빠져 독자들은 그 속에 함께 할 수 없었고 몰입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한 동안 소설이라는 것을 절대 읽지 않았다. 소설의 아이덴티티가 무언가? 재미 아닌가? 재미 없는 남의 이야기를 누가 읽으려고 하겠는가?
뒤에 실린 문학평론가들의 평을 보며 서태지가 떠올랐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에 상을 주긴 하지만 너무 '참을 수 없는 만화의 가벼움'으로 글을 이끌어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평을 보냈다. 그러나 독자가 보기엔 박민규 그는 서태지였다. 서태지가 처음 노래를 불렀을 때 음악평론가들이 매겼던 점수는 고작 70점이었다.
소재의 독특함은 인정하지만 결말이 너무 뻔하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우리 현실인 걸 어떡하겠는가.
앞으로 박민규와 그의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펼쳐질 작품들, 쭈욱 지켜볼 것이다.

p.s. '왕입니다요~'의 저작권이 박민규씨에게 있었군요.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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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알리,죽지마 - 이라크 전쟁의 기록
오수연 지음 / 향연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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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오수연씨를 만났다는 분으로부터 이 책을 추천받았다. 이라크 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터라 직접 다녀온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통과 억압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왜 반세기가 넘도록 인류의 무관심 속에 이 전쟁은 진행되어야 했던 것일까. 우리는 결국 전쟁방조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묻는다. '너의 현실이 나의 현실인가?'라고.
패권과 야욕과 비극으로 가득 찬 인류의 근대사를 읽는 듯했다. 나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피로 얼룩진 전쟁은 이제 끝났지만 생존을 향한 또 다른 전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음을 느꼈다. 아니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잡지에서 실린 글을 모은 탓인지 연결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 책은 정말 주변 사람들에게 강력추천해주고 싶은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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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MOO 빅 무
세스 고딘 외 지음, 김현정 옮김 / 황금나침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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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여러 흥미로운 리마커블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빠른 속도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세스 고딘, 톰 피터스, 말콤 글래드웰 등의 세계적인 저자들이 공동 집필했다고 했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이 누구의 이야기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읽으면서 누구의 이야기인지 맞춰가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저자 이름만 보고 마케팅 책으로만 생각하고 골랐지만 <빅무>는 단지 마케팅에만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었다. 경쟁사회 속에서 보랏빛 소, 더 나아가 빅무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반복되는 지루한 삶에 갇혀 때로는 삶의 목표의식과 의지를 상실해버리곤 했던 내게 자극을 주었다.


“성공과 관련해 새롭게 밝혀진 비밀 하나는, 열심히 일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존의 시스템은 활기를 꺾어놓기 때문에 규칙을 따르는 사람은 결코 돋보일 수가 없다. 획일적인 대중을 위한 일은 얼마든지 있으므로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선택하고 처리하면 된다. 반대로 권위에 도전하고 과거의 규칙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은 스타가 되어 급부상한다. 항상 새로운 인재와 아이디어, 창의력을 기대하는 현재의 시스템 속에서 기꺼이 피라미드의 가장 밑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 - <양파 썰기> 중에서


서두에 세스 고딘은 말한다.

“리마커블해지겠는가,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되겠는가?”

책을 다 읽은 이제 선택은 내게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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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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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렸을 때 우리집에 50년대 후반 60년대 초반 태생인 나이많은 언니 오빠들이 읽던 문학사상사 판 <자기 앞의 생>이 있었다. 책을 소중히 여기던 시대라 그랬는지 그 당시 책들은 모두 비닐이 씌어져 있었다. 그 책 역시 비닐이 씌워져 있는 세로쓰기 책이었다. 어찌나 읽기 싫게 만들었던지 그냥 내 책상 한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그래도 좋은 책이라는 느낌은 있었나 보다. 언니 오빠들이 읽던 다른 책들은 모두 버렸는데 그 책만은 버리지 않았던 것 보면... 아마 '자기 앞의 생'이라는 제목이 어렴풋이나마 나에게 무언가를 전해주었나 보다.

내 삶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의 감정을 느껴본 나로서는 모모가 로자 아줌마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느꼈을 생의 배신과 두려움,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순응하고자 했던 자연의 법칙 등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 혼돈의 시간은 꽤 오래갔었다. 그리고 자주 온다. 책의 끝자락에 모모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듯이, 그 모든 것을 잊고 또다시 습관처럼 살아가야 하는 生은 가끔씩 아니 너무도 자주 지겹게만(?) 느껴진다. 반평생 가까이 살아온 지금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건지... 언제까지 두고봐야 하는 건지...

자신을 에밀 아자르라고 끝내 밝히지 않음으로써 세상을 한껏 비웃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진정 누구였던가를 비로소 표현하고 떠난 작가 로맹 가리.

책이 주는 감동도 크지만 작가의 삶과 죽음(권총 자살)이 보여준 그것 또한

큰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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