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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여행 - 위안부 소녀동화
Hstory 지음 / 도슨트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소녀의 여행' 책을 펼쳐봤습니다.
겉표지만 봐서는 봄바람이 살랑이는 들판이 무척 아름답기만 합니다.
이 책이 위안부 관련한 책이란 걸 모르고 본다면
꽃들이 하늘위로 올라가는 파란 하늘이
이쁘기만 할 텐데
알고 있기에 시립니다.
면지를 보니 사람들이 밧줄에 묶여 줄줄이 갑니다.
어딘가로 끌려가는 듯한 분위기네요.
앞 표지와 상반되는 이미지가 면지부터 나와서
이 책의 내용이 밝고 아름답지만은 않으리라는 걸 예상할 수있습니다.
"어느 날인가, 오후 내내 고요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타지에 버려졌어요.
그때 내 나이 열여섯."
그런데
첫 시작 페이지부터 그림없이 깜깜합니다.
동굴 속 같기도 하고
절망 한가운데 같기도 하고
이 어두컴컴한 배경은
작품의 시작으로 우리가 이 이야기를 대할 때 느껴지는 마음입니다.
"아무 데나 쓰러져 잠도 잤다가 또 밤낮으로 걸었어요.
새까맣게 타버린 큰 숲과
아무도 없는 무서운 밤을 몇 번이나 지났는지 몰라요.
주저앉아 울다가 다시 걷다가
밤하늘 시린 별처럼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이 그리웠지요."
버려졌던 소녀가 벌떡 일어나 고향을 향해 걸어갑니다.
어디에서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전에 나왔던 권윤덕 작가의 '꽃할머니'는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역사적 사실을 잘 보여주는 그림책이었다면
이 '소녀의 여행'은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다기 보다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기 까지의 여정이 얼마나 힘들었을 지
그 마음을 느껴 볼 수 있도록 만든 책 같습니다.
특히 이 장면...
이번 '소녀의 여행' 책을 통털어 가장 좋았던 장면입니다.
소녀의 두려움, 역경, 절망, 분노, 험난한 과정이 폭풍처럼 표현된
저 그림에 다 담긴 것 같아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만큼 지친 소녀
그림 속 소녀를 보면 몸의 일부가 흩어져 사라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녀의 몸과 마음이 고된 여정 속에 닳고 닳아 사라지고 있어요.
그때 다가온 사람들
책 속에는 이 들도 떠나온 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복장이 사뭇 현대적이지 않나요?
전 이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들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위안부 시대의 문제가 지금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오고 있는
그래서 우리가 위안부 소녀(할머니)들이 다 닳아 없어지기 전에
손잡아 주고 일어서야 한다고
그런 의미를 담은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의 도움으로 고향에 돌아오게 된 소녀는
고향 들판에서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이후 보여지는 화면들은 고향의 따스한 들판이 주조를 이루는 데요.
그림책의 특성상 가운데 책기둥을 중심으로 양면이 분할 될 수 밖에 없는데요.
그것을 고려하지 못한 구성이 몇몇 군데 있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림책 맨 뒤에 보니 이 책은 H이야기 스튜디오에서 펴낸 책이더라고요.
이 '소녀의 여행'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욱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 거라고 하니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특히나 이 책의 수익금 중
일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정의 기억재단에
기부 된다고 하니
책을 보고 할머니들을 기억하는 일이 여러모로 역사에 참여하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림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진, 요즘 아이들이 익숙한 웹툰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쉽게 다가가게 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다만, 이것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과 슬픔을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림체와 방식이었는지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그림책의 내용과 그림체가 조금더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다음 시리즈가
기획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