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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3월
평점 :
<끝없는 밤>은 오랜만에 읽어본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다.
예전에 <움직이는 손가락>을 읽고 지루하고 따분해서 한동안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은 찾지 않았는데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독서프로그램 중 어떤 뮤지션이 이 책을 소개했던 것이 생각나 읽어보게 되었다.
<끝없는 밤>은 추리소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로맨스 심리소설로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불행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니 흔희들 기대할 수 있는 달콤하거나 아름다운 로맨스는 아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움직이는 손가락>도 <끝없는 밤>처럼 마음 속에 품어서는 안될 사랑이 소설의 주요 소재였다.
하지만 <움직이는 손가락>은 살해된 인물 주변에 여러 등장인물이 있고 범인을 찾아가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이지만
<끝없는 밤>은 형식과 내용면에서 많이 다르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많이 읽지 않은 나로서는 <끝없는 밤>이 그녀가 쓴 소설 중에서
이례적인 에피소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다른 전개로 풀어나간다
<끝없는 밤>은 형식과 인물들의 심리 자체가 스포이므로 앞으로 이 책을 읽어볼 독자를 위헤 구체적으로 쓰진 않겠다.
단지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소설의 목적은 반전과 범인찾기가 아니라 사랑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씁쓸한 깨달음이 아닐까 싶다.
추리소설로서 어쩌면 예상할 수도 있는 반전이었고 그 반전이 훌륭한 장치로 작용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건 애시당초 작가의 의도로 보자면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의 반전은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이 단순히 연인을 잃은 슬픔이 아니라 더욱 복잡한 내면세계로 다시 회상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 밝혀진 후, 소설은 끝으로 향할수록 깊어지고 우아해진다.
인간의 가식적인 모습, 세상에 떠도는 선악, 모순되는 마음, 본성에 대한 믿음 등...
세상살이와 인간의 본성에 통달한 어느 경험 많고 나이든 작가의 인생무상이 느껴진달까.
인간이 나중에 후회하게 될 일을 스스로 자초하는 어리석음과 욕심이 드러날 때에는
나도 모르게 범인과 순간적으로 동일시하며 읽기도 했다.
소설자체의 재미를 떠나 그래서 여운이 오래 남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