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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 꿈을 빚다 ㅣ 푸른도서관 45
신현수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5월
평점 :
[분청 꿈을 빚다]는 단순히 분청자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랜 기간 꿈을 간직하고 이루려는 소년사기장의 염원이 불가능을 이겨내고 희망의 결실을 이루는 성장 소설이다. 오늘날 경쟁 사회에서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현대인들에게 꿈이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닌 부단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이루어 가는 것임을 강뫼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도자기에 대한 정보를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다. 첫 소절부터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탄탄한 스토리와 빈틈없는 짜임새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담백한 문체와 조화를 이루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동안 분청자기는 청자와 백자의 아성에 가려져 있다가 최근에 미학적으로 재조명되기 시작되었다. 김환기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어 현대회화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과감한 생략과 단순한 형태의 분청자기만의 독특한 도안은 현대의 반 추상 회화의 세련미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이렇듯 그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분청자를 다룸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우리문화재의 다양성과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척박한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주인공이 당대최고의 고려청자 자기장 이었던 아버지의 맥을 잇고자 부단히 노력하지만, 끝내 환경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새롭게 발견해 내는 독자적인 예술창작 과정은 단순한 장인의 이야기를 뛰어넘어 예술혼이 어떻게 계승되고 발전되어야 하는 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귀족적인 걸작인 고려청자에서 대중적 걸작인 분청자기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룸으로서 진정한 예술혼이란 불굴의 염원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이 삶에서 겪어내는 어긋난 인연과 악연의 고리 등 거듭되는 불운과 좌절을 딛고 장인으로서 거듭나는 과정은 최고의 청자를 재현하려는 과정에서 겪는 한계와 좌절 끝에 분청자기라는 또 하나의 시대적 걸작이 탄생되기까지의 과정과 많이 닮아있다.
꿈을 꾸는 자의 삶속에 도자기의 이야기를 풀어낸 이 책은 마음에 꿈을 품고 부단히 노력하는 자 에게는 절망적 역경조차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