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슬기와 꿀벌 도시 내일을여는어린이 5
임어진 지음, 박묘광 그림 / 내일을여는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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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어릴 때 읽었던 꿀벌 마야의 모험을 떠올렸다. 그러나 읽어보니 결이 사뭇 달랐다. 서정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곤충에 빗댄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의인화 형식으로 푼 마야와 달리 꿀벌로 변한 아이의 눈을 통해 꿀벌 세계의 실상을 보여준 이야기였다. 지식 정보책에서 다룰법한 딱딱한 소재를 자연스러운 판타지로 녹여 내여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추구했다. ‘꿀벌 마야의 모험’이나 우리나라 이 원수 작가의 ‘잔디 숲속의 이쁜이’는 둘 다 곤충을 매개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 이야기는 거꾸로 인간을 매개로 곤충들의 이야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언뜻 소재나 다루는 방식이 비슷해 보이지만 드러난 주제의식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만행으로 인한 자연의 피해와 그로 인한 환경의 역습을 설명이 아닌 스토리로 풀어내어 어린이 독자들이 자연스레 감정이입 할 수 있도록 다룬 점이 효과적이다. 대량생산과 이익추구라는 목표 아래 검증되지도 않은 채 적용되는 화학 농법과 유전자 변형식물 등의 실태를 자연스레 보여주면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제목도 참 의미심장하다. 사라진 슬기는 사라진 벌들과 이대로 방치됐을 때 결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인간으로 치환되면서 기성세대의 만행이 결국은 자연에 그치지 않고 슬기와 같은 미래세대의 생존에도 위협이 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뿐 아니라 거대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 현상등 포괄적 주제의식을 작가는 꿀벌 세계의 이야기를 통해 세련되게 직조했다. 어린이 독자들이 자연스레 슬기에게 감정이입 하게 함으로써 꿀벌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자연과의 상관관계와 그 이면의 문제를 내 삶의 한 단면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꿀벌, 더 나아가 자연에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고 정서적 반향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단순한 지식 정보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요즘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특히 더 반가운 책이다.

 

 

 

 

 

 

 

 

절반이 넘는 벌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남아있는 벌들은 도시의 앞날을 위해 기필코 목숨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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