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꿈이 만화가라서 VivaVivo (비바비보) 28
올리버 폼마반 지음, 조윤진 옮김 / 뜨인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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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정해진 아이들. 그것도 자신이 아니라 부모에 의해서.

특목고 입시등 우리의 교육 현실을 반영한듯한 이 이야기는

중국계 이민자 가정의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등 동아시아쪽의 교육 문화는 여러면에서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외모는 전형적인 고지식한 범생이 스타일이지만 내면은 만화가로서의 재능과 끼로 똘똘 뭉친 소년이다.

그동안 부모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착각하는 아이들을 많이 봐 왔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끝내는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때로는 잠식당하기 일쑤다.

언젠가 코너처럼 부모의 꿈을 좇아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성적 관리 차원에서 미술 수행평가 준비를 위해 레슨을 받으러 온 아이였다.

그 아이는 새로 온 미술 선생님의 평가 방식에 불만이 많았다.

자신은 미술에 재능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거였다.

이전의 미술 선생님이나 다른 예체능 선생님은 결과 보다 노력하는 자세만으로도

가산점을 주곤 했는데 새로온 미술 선생님은 너무 냉정하게 평가해서 골치아프다는 거였다.

의대 진학을 위해서 전교 일등의 성적표가 필요했던 그 아이는 그동안 받아온 특혜를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말에서 나는 학창시절의 씁쓸한 단면을 떠올렸다.

성적만 좋으면 예체능 분야에서 프리패스 수행평가를 받았던 범생이들.

그럼 넌 공부에 재능이 없는 아이들이 노력만으로 성적 가산점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그제야 아이는 자신이 내뱉은 말의 의미를 깨달았는지 얼굴이 빨개졌다. 왜 의사가 되고 싶냐는 내 질문에 아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씁쓸한 답을 내놨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공부밖에 잘하는 게 없어서요.”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인데 선생님과 어른들로부터 과분한 대접을

받다 보니 익숙해졌고 의사를 꿈꾸게 된 것도 거기에 편승해 그런 것 같다는 말이 이어졌다.

당시 중3이었던 아이는 선생님처럼 질문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면서 쓸쓸한 얼굴로 답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하고 싶은 게 분명한 우리의 주인공 코너는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사교육 현장에서 바쁜 학원 스캐줄에 쫒기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교육이 아니라 학대에 가깝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에게 꿈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사치에 가까울 터였다. 그렇다고 해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일찌감치 상업적 재능을 인정받아 명성을 떨치는

아이돌들 역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어른들의 욕망에 편승한 불안한 질주로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쯤 해서 문득 코비의 엄마가 아들의 열렬한 팬이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 진다. 아들의 재능을 인정해 주고 응원 한다기 보다 또 다른 보상 심리가 작용한 탓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네가 우리 집안을 빛냈구나.”

부디 코비가 엄마가 던진 저 말에 갇히지 말고 자유롭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보잘것없은 부모의 기대에 비해 있는 그대로의 코비를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친구들의 우정이 얼마나 값지고 빛나는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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