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잠수함 토끼 드림 - 5.18 40주년 기념 소설집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박효명 외 지음 / 우리학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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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요즘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싶었다. 교과서로만 접하는 박제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하다가 비약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화문 집회로 대통령 탄핵을 끌어냈고 끝내 정권교체를 이루었으며 이번 코로나 사태에 방역 국가의 면모를 세계에 떨칠 수 있었던 것도 정보 공개와 투명한 관리체계 덕분이었으니 어쩌면 민주주의의 가치를 제대로 실감하고 누리는 세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각자 처한 시대적 상황이나 여건이 다르지만 십 대라는 공통분모 속에 부지불식간에 그들의 삶에 녹아든 민주주의 가치를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암기 위주의 역사교육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광주를 비롯한 민주화 운동은 이 책을 통해 또래문화와 SF 판타지, 가족 또는 사회에 내재한 트라우마로 작동하며 40년 전의 먼 이야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로 다가간다. 광주는 내게 학창시절 우연히 접한 노래를 찾는 사람들 CD의 표지 이미지로 남아있다. 아이들이 서 있던 자리가 군데군데 하얗게 지워진 어느 초등학교 졸업사진. 나처럼 미래를 꿈꾸고 희망에 부풀었을 그들의 가능성이 텅 빈 자리로 표시된 사진을 보며 서늘한 슬픔을 느꼈다. 다시는 그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태고자 대학 시절 시위에 참여했었고 그럼 에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 세상에 분노하고 세월호 희생에 이르러서는 절망을 느꼈던 것도 같다. 기성세대로서 부끄러움과 자책을 안고 참여했던 광화문 촛불시위에서 만난 십 대 청소년들을 보며 위기상황에서 반전을 끌어낸 것은 그들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으면서도 어느새 나는 냉소적 시선으로 돌아와 있었던 거다. 이 책은 나의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아 주며 나 또한 한때는 기성세대로부터 비슷한 시선을 받던 십 대였다는 걸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을 품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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