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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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은 읽는 동안 재미있고, 어떤 소설은 읽고 나서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조금 다른 경험을 준다.


이 책은 읽는 동안 마음이 무거워지고,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여운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두 여성의 삶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마리암과 라일라.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한 집에서 같은 운명을 공유하게 되는 과정은

읽는 내내 마음을 붙잡는다.


특히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인상적인 이유는

고통을 묘사하는 방식 때문이다.


작가는 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담담하게 이어지는 문장 속에서

독자는 더 큰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두 인물에게 점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이 소설은 전쟁과 억압 속에서도

인간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와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말해준다.


그래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단순한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하는 작품처럼 느껴진다.


읽고 나면 한동안 마음속에 남는다.


마리암과 라일라의 삶이,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선택이.


그래서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에 남는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 책을 떠올릴 것 같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읽는 동안 마음이 아프지만

그만큼 깊은 울림을 남기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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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오늘의 젊은 작가 40
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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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이 참 세다고 느꼈다. 급류. 잔잔한 물이 아니라 한순간에 사람을 휩쓸어 버리는 물살.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왜 이 소설의 제목이 급류인지 알 것 같았다. 이건 단지 어떤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사랑과 상실과 죄책감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를 보여 주는 말에 더 가깝다.

정대건의 급류는 저수지와 계곡으로 유명한 지방도시 진평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 도담과 해솔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고, 읽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빠져든다. 문장이 어렵지 않고 서사가 잘 흘러서 술술 읽히는데, 다 읽고 나면 마음에는 꽤 큰 물결이 남는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청춘을 너무 반짝이게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랑은 설레지만, 동시에 사람을 흔들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예쁜 감정으로만 남지 않고, 때로는 오래된 상처와 기억까지 함께 끌고 온다. 급류는 바로 그 복잡한 감정을 억지로 정리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본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더 아프고, 더 오래 남는다.

읽는 내내 물가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축축하고 서늘하고, 조용한데도 어딘가 계속 무서운 느낌. 진평이라는 배경도 참 인상적이었다. 공간 자체가 인물들의 감정을 대신 말해 주는 것 같아서, 장면보다 분위기가 먼저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줄거리보다 감정의 온도로 기억된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회복을 쉽게 말하지 않는 태도였다. 상처는 금방 사라지지 않고, 사람은 한 번에 달라지지 않는다. 어떤 날은 버티고 어떤 날은 무너지고, 그래도 somehow 살아가는 것. 급류는 그런 삶의 결을 참 솔직하게 보여 준다. 온라인 서평들에서도 이 작품의 몰입감, 빠른 가독성, 그리고 사랑과 상처가 남기는 여운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볍게 읽히는데 가볍게 끝나지 않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사랑 이야기이면서도 상실과 성장의 결이 함께 있는 작품을 찾고 있다면, 급류는 꽤 깊게 남을 책이다. 예쁜 청춘보다 진짜 청춘에 가까운 소설. 다 읽고 나면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한 물소리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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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하미나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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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처음 제목을 봤을 때 꽤 강렬하다고 느꼈다.

“미쳐있고 괴상하고 오만하다.”

사실 누군가에게 붙는다면
그리 기분 좋은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 표현들은 작가가 만든 말이 아니라
사회가 여성에게 붙여온 이름들이라는 것을.

조금 예민하면 까다롭다고 하고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면 오만하다고 하고
남들과 다르면 괴상하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시선 속에서
여성 우울증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종종 우울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생각을 좀 줄여봐.”

하지만 정말 그럴까.

혹시 그 감정 뒤에는
오랫동안 이해받지 못했던 경험들이 쌓여 있었던 건 아닐까.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에는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직장에서 버티다가 무너진 사람
관계 속에서 점점 지쳐가는 사람
늘 괜찮은 척해야 했던 사람

읽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 주변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이 책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여성 우울증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이야기로 바라본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이런 생각이 남는다.

“우리는 누군가의 감정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한 번쯤 천천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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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에, 손을 잡는다
기타가와 에리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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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묘한 시간이 있다.
바로 해 질 녘이다.


낮의 소란이 가라앉고
밤이 시작되기 직전의 잠깐의 시간.


사람의 마음도 그 시간처럼
조금은 솔직해지는 순간이 있다.


책 「해 질 녘에, 손을 잡는다」는 바로 그런 감정을 담은 이야기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마치 누군가의 손을 잡기 직전의 공기처럼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해 질 녘에, 손을 잡는다는 일본 드라마 각본가 기타가와 에리코의 작품답게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드라마처럼 그려진다.


도시의 풍경,
노을빛 거리,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


이야기는 거대한 사건으로 독자를 끌어당기기보다
사소한 순간의 감정으로 마음을 움직인다.


말없이 함께 걷는 시간
서로의 마음을 눈치채는 순간
표현하지 못한 채 쌓여가는 감정


이런 장면들이 쌓이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 감정에 스며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노을빛 거리를 천천히 걷는 기분이 들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랑은 언제 시작되는 걸까?


눈이 마주친 순간일까
처음 말을 건넨 순간일까
아니면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순간일까


해 질 녘에, 손을 잡는다
그 질문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사랑은 거창하게 시작되지 않는다.
어쩌면 아주 평범한 순간에서
조용히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느낌.
그 사람과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


이 책은 그런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읽다 보면
자신의 기억 속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기억일 수도 있다.


요즘처럼 빠르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많은 시대에
이렇게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는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노을처럼 따뜻한 로맨스를 찾고 있다면
해 질 녘에, 손을 잡는다는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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