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여덟 살의 나에게 『자본론』 축약판을 공부하라고 건네준다. 아버지에 따르면 카를 마르크스는 중요한 사상가이고, 나도그의 사상에 친숙해질 때가 되었다. 마르크스가 왜 중요하냐고? 인간들의 관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진정한 변화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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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미안해 하지 마~ 내가 초라해지잖아~"
당시 인기차트에 올랐던 태양의 신곡 <눈, 코, 입>이었다. 채윤은 멜로디에 심취한 채 그 노래를 끝까지 불렀다. 옆에 있던 아홉살 세윤은 "아, 시끄러워~" 하고 짜증내며 형을 말렸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이 끝나기도 전에 그리워졌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채윤이 남들 앞에서 그렇게 노래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눈치보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어른은 드무니까. 그날 나는 채윤의공책에 괜히 별 다섯 개를 그린 뒤 ‘Perfect!‘라고 적었다.
- P43

아마도 너는 이제부터 더 깊고 좋은 글을 쓸 거야. 하지만 마음 아플 일이 더 많아질 거야. 더 많은 게 보이니까. 보이면 헤아리게 되니까.‘ 속으로만 생각한다. 그래도 살아갈 만한 삶이라고, 태어나서 좋은 세상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런 세상의 일부인 교사가 되고 싶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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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자신의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똑같은 자격을 갖는다고 배웠다.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어린이가 피어 보지도 못했다‘는 표현이 있었다. 글을 쓴 분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틀린 비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삶은 그런 게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은 새싹이 나고 봉우리가 맺히고 꽃이 피고 시드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그런 단계를 가졌을지 몰라도, 살아 있는 한 모든 순간은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내 말은 다섯 살 어린이도 나와 같은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 P163

엄마가 된 친구와 나는 각자의 속도와 방향으로 살아간다. 부모가 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나는 끝까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친구 역시 아이 없이 나이 들어가는 나의 삶을 그저 짐작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 자리가 떨어져 있다는 것이 예전처럼 서운하지 않다.
언제든지 손 내밀 수 있는 자리에, 잘 보이는 곳에 내가 가있겠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내가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 해도 상관없다. 어른은 그런 데 신경 쓰지 않는 법이다.
- P181

‘노 키즈 존‘이든 ‘노 배드 페어런츠 존‘ 이든,
차별의 언어인 것은 마찬가지다. 쏘아보는 쪽이 어린이인가부모(실제로는 엄마)인가가 다를 뿐이다.
‘얌전한 어린이‘를 선별해서 손님으로 받아들이겠다는것 자체가 혐오이고 차별이라는 데에 어떤 논의가 더 필요한 걸까? 돈을 내고 사용하는 공간에서조차 심사를 받아야하는 것이 차별이 아니면 무엇이 차별인가,  - P209

사회가, 국가가 부당한 말을 할 때 우리는 반대말을 찾으면 안 된다. 옳은 말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사회에 할 수 있는 말, 해야 하는 말은 여성을 도구로 보지 말라는 것이고,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라는 것이다. 우리 각자의 성별이나 자녀가 있고 없고가 기준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어린이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린이 스스로 그렇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자에게 안전한 세상은 결국 모두에게 안전한 세상이다. 우리 중 누가 언제 약자가 될지 모른다.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한다. 나는 그것이 결국 개인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는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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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어른이 되면서 신발 끈 묶는 일도 차차 쉬워질거야."
그러자 현성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할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 P18

어린이에게 착하다‘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착한 마음을가지고 살기에 세상이 거칠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착하다는 말이 약하다는 말처럼 들릴 때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더 큰 이유는 어린이들이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 두려워서다. 착하다는 게 대체 뭘까? 사전에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고 설명되어 있지만, 실제로도 그런 뜻으로 쓰이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보다는 어른들의 말과 뜻을 거스르지 않는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니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하는 건 너무 위계적인 표현 아닌가.
- P32

착한 마음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어른인 내가 할 일은 ‘착한 어린이가 마음 놓고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나쁜 어른을 응징하는 착한 어른이 되겠다. 머리에 불이 붙고 속이 시커메질지라도 포기하지 않겠다.  - P37

자람이가 가고 보니 편지에는 이런 대목이 있었다.
"이 책이 선생님한테 있잖아요? 하지만 다 똑같은 책이어도 이 책앤 제 마음이 있어요."
이 책앤 자람이의 마음이 담겨 있다. 나도 마음을 담아읽을 것이다. 그러니 똑같아 보여도 다 다른 책이다.  - P72

어떤 어린이는 여전히 TV로 세상을 배운다. 주로 외로운어린이들이 그럴 것이다. 어린이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가장 외로운 어린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모습을, 함께 노는 즐거움을, 다양한 가족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가족이 아니어도 튼튼한 관계를, 강아지와 고양이를, 세상의 호의를 보여 주면좋겠다. 세상이 멋진 집이라고 어린이를 안심시키면 좋겠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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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나는 나를 신뢰하지 못한다. 그래도 나에 대한 한 가지 믿음은 있다. 앞으로 내가 어디로 향하든, 그 가운데에서 무엇을 선택하든 아마도 그 일이 내게 가장 자연스러우리라는 확신 말이다. 그저 눈앞의 하루를 제멋대로살아가는 게 다인 삶이지만, 쌓은 게 없는 대신 나는 듯이 뛸 수 있지 않겠는가. 등에는 배낭, 발에는 운동화 그리고 내 몸에 딱 맞는 후드티 한벌.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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