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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궤도를 맴돌며 ㅣ 블랙홀 청소년 문고 23
게리 D. 슈미트 지음, 서미연 옮김 / 블랙홀 / 2022년 7월
평점 :
청소년 소설은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성장하는 모습들이 좋아서 어른이 된 후에도 자주 찾아보는 편이다. 그러던 중 <너의 궤도를 맴돌며>라는 달달하고 분위기 좋은 표지의 모습에 요즘 유행하는 사랑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으로 특별한 정보 확인없이 덜컥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무거운 내용들이 가득한 너무나 마음아프고 먹먹한 이야기였다.
표지의 소년소녀는 달콤한 사랑을 한 조지프와 매디, 그리고 뒷면의 조지프는 매일 목성을 찾으며 행복했던 짧은 기억과 딸을 떠올리는 모습이다. 다 읽고나니 이 소설의 내용을 너무도 잘 담고있어 표지만으로도 먹먹한 감정이 느껴진다.
이 소설엔 가정폭력, 미혼부, 소년원, 위탁가정과 같은 내용들이 나오는데, 특히 14살 중학생인 조지프가 아빠라는 사실과 우리나라에서 흔하지 않은 위탁가정의 모습을 보며 주인공에 대한 공감보다는 주변인들의 모습과 사회적인 배경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내가 청소년이 아닌 어른이기 때문인가 싶다.
조지프는 아빠의 폭력에 노출된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였고,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준 매디와의 사랑으로 어린나이에 딸을 낳게 되었으며, 이런 사건들로 시설에 수감되어 사건에 휘말리고, 결국 위탁가정에 오게 되어 잭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편견으로 괴롭히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지만 편견없이 아이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꾸준히 보여주는 선생님도 있다. 거기에 조지프를 조지프 자체만으로 보며 지켜주는 잭과 가족들 덕분에 조금씩 웃을 수 있게 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대로 조지프가 주피터의 얼굴을 보고 잭과 함께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건만...결국 조지프의 힘든 삶의 시작인 아버지로 인해 모든 것이 망가지는 것을 보게 되니, 너무도 허탈하고 먹먹했다. 조지프는 분명 책임감있는 어른으로 잘 자랐을텐데 아버지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모든 잘못을 시작하고 끝내버리는 것이 어쩌면 현재의 사회 모습에 맞는 결말이란 생각이 들어 더욱 씁쓸하다.
조지프의 사정을 알게 된 잭이 부모에게 "왜 조지프가 주피터를 보면 안 돼요?"하고 묻는 장면이 있어다. 여느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조지프는 열 네살이고 아빠가 될 수 없으며, 만나면 마음만 아플것이라고 답변하는 부모에게 잭은 "엄마, 아빠가 틀렸으면 어떡해요?" "주피터가 조지프를 찾고 싶어 하면 어떡해요?"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아이들에게 내가 말하고 가르쳐주는 사회적인 행동이 옳은 것일까? 내가 틀렸으면 어쩌지?라고 고민해야 한다고 작가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부모들이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나는 어떤 어른일까?"에 대한 생각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안정적인 가정을 포기하고 모르는 아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잭과 부모님 같은 큰 그릇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소설을 읽었으니 적어도 조지프를 위험한 아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캔턴 선생님 같지는 않기를...
주피터를 돌봐주는 사서 선생님처럼 아이에게 필요한 설명을 다정하고 진지하게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출판사의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