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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만한 눈사람 ㅣ 생각하는 분홍고래 3
세예드 알리 쇼자에 글, 엘라헤 타헤리얀 그림, 김시형 옮김 / 분홍고래 / 2013년 12월
평점 :
마을에 등 돌리고 앉아 있는 거대하고 거만한 눈사람이라니! 추운 겨울 꽁꽁 언 손 불어가며 만드는 눈사람, 어린이들의 다정하고 친근한 친구같은 이미지의 눈사람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의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독특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해님이 찾아왔을 때 마을사람들이 봄이 오는 것이 기다려지지 않는다며 해님을 그냥 떠나보내는 장면이었다. 권력 앞에 무릎 꿇고 진실을 이야기할 용기가 없어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사람들, 동화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어린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읽으면 더욱 느끼는 게 많을 것 같다. 지금 우리들 또한 곁에 있는 거만한 눈사람을, 그리고 봄을 주고자하는 해님을 못 본 척하고 있지는 않은지, 세상의 부조리에 눈 감지 않고 진실을 외칠 용기가 내게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어린이들에게는 정치와 민주주의를 가르칠 때 함께 들려주면 좋겠다.
이란의 어린이들이 우리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이라든지, 하얀 겨울 세상에 알록달록 옷을 입은 사람들과 장난감 마을같은 모습의 삽화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