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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본본 ㅣ 노란상상 그림책 91
정유진 지음 / 노란상상 / 2022년 10월
평점 :
"알았어. 만지지는 말라는 거지?"
무릎에 앉은 본본을 두고 어찌할지 몰라 한참을 꿈쩍 않고 앉아 있었다는 날, 태어나서 가장 뭉클한 순간이었다는 만남의 이야기에 나 또한 뭉클해졌다. 맞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이런 것이지. 서로에게 길들여지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지.
이렇게 '만난 이야기'를 시작으로 '옛날 이야기', '우리 이야기', '떠나는 이야기', 크게 네 장의 이야기로 나누어지는 이 책은, 소제목을 보기 전부터도 왠지 나 또한 처음부터 이별을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아쉽고 슬펐다. '내가 본본을 어떻게 떠나보낼 수 있을까?' 곱씹어보게 되었다. 본본과 나의 이야기, 본본과 똘이의 이야기가 더 오래 이어지길, 그들의 작별 인사가 최대한 늦어지길 바라며 읽게 되었다.
예쁘고 슬픈 책. 언젠가는 모두 '죽음'과 함께 하여야 하기에 우리는 늘 이별할 준비를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의 마음처럼.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은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라는 것이다. 서로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다하고 떠나는 이별, 그런 이별이라면, 그래서 우리는 또 만나고 사랑할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