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 - 2022 문학나눔 선정, 2022 가온빛 추천 그림책 ㅣ 바람그림책 118
신순재 지음, 오승민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가난을 이해하고 민족을 사랑하고 고향을 그리워한 시인, 백석.
작가는 그런 시인을 불러다가 좋아하던 메밀국수 한 그릇을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시대를 견딘 수많은 백석들에게 국수 한 그릇 먹이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의 온기가 시인의 것과 같았다.
한밤중에 엄마가 장작불로 끓여낸 국수 한 그릇, 그 국수 한 그릇을 대접 받는 시인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과 동물들. 단조로운 이야기지만, 그 안에 넘치는 무언가가 있다. 안쓰럽고 따뜻하고 쓸쓸하고 정답다.
그리고 거칠고 빠른 붓질의 느낌이 생생한 그림은 글이 가진 의미를 한 번 더 곱씹어 보게 해준다. 춥고 어두운 겨울밤을 표현했지만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이 캄캄한 가운데에 한 줄기 환함이 있다. 왠지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나의 낱말마다, 한 장의 그림마다 슬쩍 고개를 내미는 백석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그림책을 다 보고 마지막 장에 펼쳐진 백석의 시 '국수'를 읽으면 그 감동은 배가 된다.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