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
마틸다 우즈 지음, 아누스카 아예푸스 그림, 김래경 옮김 / 양철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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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같은 동화'라고 하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편의 동화'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동화 같은 문장과 동화 같은 그림이 있다. 동화 같은 마을이 있고 동화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동화인 줄 뻔히 알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이야기 전개에 한 장 한 장 아까워하며 읽었다. 이야기 구조가 남다를 것도 없고 특별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어 나갔는지 모르겠다.

  아니, 이 조마조마한 마음은 아마도 이야기 속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 이 선한 인물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염려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전염병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잃은 목수 알베르토는 관 짜는 노인이 되었고, 역시 전염병으로 엄마잃은 어린 티토는 굶주리는 소년이 되었다. 하늘을 날다 떨어져 날개가 부러진 티토는 가족을 잃고 동그라미를 그리며 날게 된 새였다. 이들은 각자 삶의 유일한 존재들을 잃고 삶의 희망을 잃었다.

  하지만 이 슬픈 이들이 끝까지 잃지 않은 인간에 대한 애정. 이들의 따뜻한 마음 때문에 나도 책을 읽는 내내 덩달아 이 인물들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가족을 잃고 자기 손으로 자신의 관을 만들어놓았던 알베르토는 아무 것도 남긴 것 없이 죽은 보니토에게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관을 내어주고, 굶주림에 자신의 음식을 몰래 훔쳐 먹는 어린 도둑을 위해서 식탁을 차리며 그가 다시 찾지 않을까 가슴 졸인다. 아빠에게 발견되어 끌려가는 것이 세상 가장 무서운 일인 티토는 "걱정 마세요. 아빠한테 돌아가서 내가 아저씨 집에 몰래 숨어들었다고, 아저씨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할게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다정한 이들 곁에는, 소년을 사랑하여 소년 곁에 남고 또 소년을 위해 날아가는 새 한 마리가 있다. "넌 내가 평생을 알고 지냈는데도 항상 좋은 사람이었어. 네가 아이를 숨겼다면 분명히 거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믿어주는, 역시나 선량한 마음을 지닌 이웃도 있다.   

  동화 같은 알로라 마을, 더욱 동화같은 마법의 섬 이솔라, 그리고 동화가 아니라 현실에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아름다운 사람들. 커다란 상실의 아픔을 겪었지만, 비슷한 처치의 서로에게 기대어 서로를 보듬고 우정을 쌓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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