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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 -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반달문고 41
정범종 지음, 김재희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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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아들의 최애작품 중 하나가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긴긴밤>이다. 그후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여러 작품들을 만나면서 믿고 보는 시리즈가 되었다.


<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은 아들과 각자 읽고 감상문을 쓰고 나눠 읽으며 생각을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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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은 도시에서 천식을 앓고 사는 초희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고립된 환경 속에서 자연을 발견하고, 지키기 위해 어른들과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동화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직면한 아이들의 시선과 동화 속 아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오고 카톡으로 불편함을 나누는 장면들이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앞으로 '코'로 시작하는 말은 코끼리가 아닌 코로나"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아파트 관리소 옆 화단에 봉숭아 꽃을 심은 마스크 요정 초희가 꼬마 꽃벌을 만나며 자신이 가꾼 꽃과 꽃벌을 지키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초희에게 봉숭아 꽃과 꼬마꽃벌은 이미 식물과 곤충이 아닌, '친구'라는 인격체로 인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고, 그런 자세를 우리 어른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또한 어른의 권력에 멈칫하며 수긍하는 어린이의 모습이 아니라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을 끝까지 지켜내는 모습이 이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어른들에게는 반성을 하게 한다.

현재 우리는 급변하는 기후환경 속에서도 그것을 온전히 실감하지 못하고 때이른 눈에 기뻐하고, 폭우로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그친다. 작은 실천이 절실한 때임을 동화를 통해 절감했다.

발랄한 일러스트와 우리의 일상을 보는 듯한 스토리 속에서 지금 꼭 필요한 메세지를 던져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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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환대
장희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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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편작들이 이렇게 깊은 여운을 남길 일인가. 글이 쓸쓸했다. 그것은 글 속에 담긴 "상실과 부재"의 느낌 때문일 것이다.

상실과 부재를 남기고 떠나간 이와 남겨진 이들의 모습이 다르지 않고 같은 느낌으로 다가와서 더욱 쓸쓸한 느낌을 받았다.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상실과 부재를 겪은 이들의 태도가 어떤 해결과 강요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진정한 애도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던 때가 떠올랐는데 책을 덮고 나니 선택할 수 없었던 '우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은 왜 외면하는데 더 적응이 되어가는 것일까.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진심에서 나오는 공감과 연민이 우리 사회에 부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너무 쉽게 소비하는 건 아닌지.

<우리의 환대>는 우리의 삶처럼 모호하고 경계가 불분명하고 잡힐듯 잡히지 않는다. 그런 부분들을 우리는 더 파고들어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이 세상이 더 따뜻해질 것 같다.

장희원 작가는 자신이 생각한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단편의 작품들로 전해준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노인은 몸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도 아랑곳 않고 한동안 그를 부둥켜안았다. 그의 넓은 품에 안기면서 재현은 순간 울음이 터져 나올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지만,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 P68

한 사람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 일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았고, 할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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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니? 비룡소 창작그림책 76
노혜진 지음, 노혜영 그림 /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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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부모님의 결혼식 흑백사진을 본적이 있다. 사진 속 부모님의 모습은 너무 앳되어 젊은 시절의 부모님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그런 노력 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나의 부모님으로만 바라봤던 것이다. 그리고 책으로 만난 "나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부모님의 삶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림책《넌 누구니?》는 그 시절을 살아냈던 우리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림책이 전할 수 있는 최대치의 감동과 서사가 담겨 있다고 생각될 만큼 페이지마다 묵직하게 전해지는 일관된 목소리가 있었다. 그림책의 짧은 글과 그림으로 한 편의 장편소설을 읽은 듯한 진한 감동을 주었다. 


해방과 전쟁, 가난의 역사적 배경 속에 우리 한국 여성의 서사는 언제나 가슴 아프고 애잔하고 척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 속에는 강인함과 끈끈하고 따뜻한 연대가 있다. 그래서 언제나 감동적으로 다가오고,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집을 가야했고, 아무런 꿈을 꿀 수 없었던, 처음 보는 남자와 결혼을 해야했고, 아이를 낳고, 잃고, 갓 태어난 아이를 등에 업고 다섯 살 아이의 손을 잡고 피란을 떠나야했던...  」


《넌 누구니?》의 흑백톤 그림은 우리 한국의 애환이 담긴 역사 속의 장면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우리 부모님의 결혼식 흑백사진을 보는 것처럼 그 시대로 잠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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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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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12월,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 대한 아니 에르노의 일기(글쓰기)가 시작된다.

지난 날 "어머니에게 한없이 사랑을 요구하는 병적인 기아증 환자였"던 자신과 치매에 걸려 "이제는 모든 것이 뒤바뀌"어 어머니가 어린 딸이 된 현실 속에서 그녀는 어머니가 되어 줄 수 없음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에르노는 "죄책감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건 생명이 멈추버린 것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한다.

글 속에 담겨진 에르노의 죄책감과 다가오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 읽는 내내 죽음과 삶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어머니의 치매라는 병 앞에 한계를 느끼는 저자의 상황이, 그리고 단문으로 쓰여진 짧은 글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깊이 있게 스며 들었다.

옮긴이의 말처럼 이 작품이 "문장 간 여백의 의미, 곧 침묵의 소리가 더욱 깊어졌다는 사실"에 공감했고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니 에르노의 여러 작품을 읽고 난 후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를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 에르노의 글은 모든 작품이 하나의 작품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과 사진으로 자신의 역사를 찾아 끊임없이 그 기억 속으로 파헤쳐 들어가는 용기를 지닌 작가,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고통"으로 쓰여진 작품들을 이렇게 만날 수 있는게 아니겠는가.

아니 에르노는 책,『어떤 여자』를 쓰는 동안 일기를 다시 읽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무의식 속에서 쓴 글이 그녀에게 금기사항 같았다고 하는데, 어머니의 죽음 앞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어머니의 치매라는 병 앞에 그녀의 무의식 속에 있던 "경악과 혼란"스런 것들이 글로 표현될 때, 그녀는 무의식 속의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을까.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려 했던 무의식적인(?) 나의 잔인성과 이제는 어머니가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매사에 겁에 질려 안절부절못한 채 어린아이처럼 내게 매달리는 그런 여자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싶어 했던 나의 심정들이 떠올랐다.
- P57

나는 장차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 같다. 하여간 죄책감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건 생명이 멈추어버린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나의 삶이 고통과 죄책감으로 소멸되는 이치과 같은 것이다. ‘어머니‘는 곧 ‘나‘임을 실감한다. 나는 어머니가 글로 쓴 마지막 문장을 상기해본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 P58

난 도처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찾아다녔다. 지금 내가 쓰기 있는 글은 문학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썼던 책들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렇지가 않다.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보상받으려는 욕구와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지 않고서는 글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선순위는 보상 욕구다. 아니 M이라는 사람이 전화통화로 내게 말하길, 느끼는 바를 직접 그대로 옮겨 적을 수는 없는 일이며 우외적으로 표현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난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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