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니? 비룡소 창작그림책 76
노혜진 지음, 노혜영 그림 /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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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부모님의 결혼식 흑백사진을 본적이 있다. 사진 속 부모님의 모습은 너무 앳되어 젊은 시절의 부모님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그런 노력 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나의 부모님으로만 바라봤던 것이다. 그리고 책으로 만난 "나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부모님의 삶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림책《넌 누구니?》는 그 시절을 살아냈던 우리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림책이 전할 수 있는 최대치의 감동과 서사가 담겨 있다고 생각될 만큼 페이지마다 묵직하게 전해지는 일관된 목소리가 있었다. 그림책의 짧은 글과 그림으로 한 편의 장편소설을 읽은 듯한 진한 감동을 주었다. 


해방과 전쟁, 가난의 역사적 배경 속에 우리 한국 여성의 서사는 언제나 가슴 아프고 애잔하고 척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 속에는 강인함과 끈끈하고 따뜻한 연대가 있다. 그래서 언제나 감동적으로 다가오고,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집을 가야했고, 아무런 꿈을 꿀 수 없었던, 처음 보는 남자와 결혼을 해야했고, 아이를 낳고, 잃고, 갓 태어난 아이를 등에 업고 다섯 살 아이의 손을 잡고 피란을 떠나야했던...  」


《넌 누구니?》의 흑백톤 그림은 우리 한국의 애환이 담긴 역사 속의 장면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우리 부모님의 결혼식 흑백사진을 보는 것처럼 그 시대로 잠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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