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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배 ㅣ 구텐베르크 클래식 시리즈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김태환 옮김 / 구텐베르크 / 2025년 12월
평점 :

#도서협찬 #바보들의배
한 시대를 풍자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시대가 많이 부패했었음을 나타내지 않을까. 중세 사회의 정치와 종교 그리고 문화. 그 안의 성직자들이나 정치인들 외에도 귀족사회로서의 그들의 겉과 속이 다름을. 그런데 무언가를 풍자한다는 것은 정말 매와 같은, 세상을 바로 볼 줄 아는 시각을 가진 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어쭙잖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쳐 이야기로서 그 안에 잘 녹여야 된다는 것이다.
이를 잘 표현한 것이 어쩌면 이번 도서인 <바보들의 배>이지 않을까 싶다. 이 당시 돈키호테처럼 귀족이지만 귀족이 아닌 것 같은 바보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그 시대의 사람들과 생활모습을 꼬집거나 비판하고 고발하는 동시에 이런 바보 같은 이미지로 무거운 문제들을 가볍게 넘어가게도 만들었다. ‘이것이 우리 이야기인가? 아닌가?’하게 애매하게. 아무리 다들 눈치껏 안다고 해서 그것을 드러낼 수 없기에. 그렇기에 이런 책들이 은근 재미있고, 내가 알지 못한 시대의 시대상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저 공부로서가 아닌 어쩌면 제대로된 역사공부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이 배에 탄 승객들은 모두가 바보다. 바보가 아닌 잘들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는 그런 모자란 바보는 아니다. 무언가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바보들이다. 외양 치장에만 몰두하는 허영심이 가득한 바보, 누군가의 현명한 충고를 무시해버리는 바보, 남을 함부로 판단하는 바보, 자기 일도 제대로 할 줄 모르면서 남의 일에 참견만 하는 그런 바보, 할 일은 하지도 않으면서 계속 내일로 미루기만 한 바보. 그런 바보들 말이다. 그런데 바보들을 이야기하다보니 무언가 찔리지 않은가!! 그렇다. 어쩌면 이러한 바보들의 모습이 실상은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우리가 상담을 할 때 ‘거울치료’라는 것을 하고, 요즘 사회에서도 많이들 흉내 내는데, 이런 바보들을 통해 어쩌면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보는 성찰의 시간이 되지는 않을까 싶다.
<바보들의 배>.
세상의 모든 바보들을 모아 이 배에서 함께 생활한다. 어떠한 느낌일까? 이들은 아마 자신의 바보 같은 모습은 생각지도 않은 채 서로의 바보 같은 모습들만 보면서 조롱하고 비난하고 비웃겠지. 갑자기 우리나라의 이런 속담이 생각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고.. 이 말이 너무 적합한 바보들의 모습이다. 그나마 이 배의 선장인 브란트는 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고백한다. 그 또한 어리석음의 인도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배에 탄 바보들을 비난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나를 되 돌아 본다는 것. 브란트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통해 참된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의 시선으로 바보들을 바라본다.
이들의 모습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면 우리도 선장인 브란트처럼 나를 다시 한 번 더 되 돌아 보며 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자. 그리고 우리는 <바보들의 배>에 탑승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