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메이트 가나 뿌리 책장 1
박지숙 지음, 양양 그림 / 가나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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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체스메이트

 

체스메이트는 체스라는 스포츠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의 마음과 관계, 그리고 성장에 더 큰 비중을 둔 작품이다. 체스판 위에서의 승패가 전부가 아니라, 그 한 판을 두는 동안 아이들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가 더 중요하게 그려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작가가 체스라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정말 섬세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야기 속 세 주인공은 모두 체스를 좋아하지만, 각각 체스에 기대고 있는 마음이 다르다. 동주는 화려한 실력이 있지만, 그만큼 부담도 크고 늘 스스로를 압박한다. 윤채는 한때 체스 선수를 꿈꿀 만큼 열정적이었지만, 어느 순간 현실과 감정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방향을 바꿔야 했던 아이이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는 체스 자체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많이 흔들리는 아이로 등장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아이들이 체스를 매개로 만나고, 경쟁하고, 부딪히고, 다시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사실적이다.

 

특히 마음에 남는 부분은 마음을 복기하라는 조언이다. 체스를 두고 난 뒤 어떤 수가 잘못됐는지 복기하는 건 당연한데, 이 책은 그보다 그때 네 마음이 왜 그랬는지까지 돌아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처음엔 그 말의 의미를 잘 모르지만, 경기 속에서 겪는 감정지기 싫은 마음, 초조함, 질 것 같다는 두려움, 상대를 부러워하는 마음, 혹은 자신을 의심하는 마음을 경험하면서 그 말이 점점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 메시지가 특히 좋았던 이유는, 체스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결과만 보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마음 상태다. 이 책은 아이들의 일상을 통해 그 사실을 아주 부드럽게 보여준다. 아이들 사이에서 생기는 작은 오해, 경쟁심, 자존심, 질투 같은 감정들이 과장되지 않게 담겨 있고, 그런 감정들이 결국 아이들을 더 단단하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세 아이를 누가 더 잘났는가방식으로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자의 속도로 성장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균형 있게 그려진다. 그래서 읽으면서 특정 인물에게만 감정이 쏠리지 않고, 세 아이 모두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체스메이트는 체스를 좋아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흔들리고 있는 누구에게라도 위로가 되는 책이다. 승리한 날의 마음, 패배한 날의 마음,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길을 잃은 순간들이 모두 소중한 경험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성장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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