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삼킨 말들의 집입니다 깡충깡충 어린이책 7
박혜선 지음, 김진화 그림 / 토끼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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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곳은삼킨말들의집입니다

 

이곳은 삼킨 말들의 집입니다는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조금 조여오는 책이다. ‘삼킨 말들이라는 표현이 너무 정확해서, 아직 읽기도 전인데 이미 내가 삼켰던 말들이 머릿속에 하나둘 떠오른다. 책을 펼치면 주인공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가 특별하거나 극적인 상황에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우리가 흔히 보는,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하고 조심하느라 더 조용해진 그런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감정이 쉽게 겹쳐진다. “나도 저랬었는데하는 느낌처럼.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말하지 못했던 말들을 단순히 후회상처처럼 설명하지 않고, 실제로 형태가 있는 무언가처럼 그려낸다는 것이다. 삼킨 말들이 쌓여서 이 되고, 그 집은 마치 마음 한 켠에 오래 묵혀둔 방처럼 숨겨져 있다. 이 설정이 참 기발하면서도 이상하게 현실적이다. 우리도 여러 말을 집 안 구석구석에 쑤셔 넣고 그냥 덮어두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 집의 모습이 예쁘거나 포근하게만 보이지 않고, 조금 답답하고 눌린 느낌도 함께 든다.

 

그림도 이야기와 아주 잘 맞는다. 색감이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데, 그 차분함 사이에서 단어들이 흩날리듯 떠다닌다. 특히 주인공 주변에 날아다니는 글자들이 정말 인상적인데, 이게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생각의 잔여물처럼 보여서, “저렇게 보일 때가 있지하고 공감하게 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맴돌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떠올랐다가 하는 그 흐름이 그대로 시각화된 느낌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자기계발서나 그림책이 말해야 한다’, ‘참지 말아라라는 식의 해답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오히려 말하지 못한 마음도 그 자체로 이해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읽는 사람을 다그치지 않는다. 잘 못했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너 그때 그 말 못 했던 거, 그럴 수 있어하고 말해주는 듯한 온도가 있다. 이런 온도는 오히려 독자가 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무턱대고 용기를 내라고 할 때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책의 후반부에 가까워질수록, 삼킨 말들이 아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이 장면이 가장 울림이 컸다. 왜냐하면 삼킨 말들이 화를 내거나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리를 버려두지 않아도 돼하고 말하는 듯하다. 이 부분에서 스스로 떠올린 말들이 마음속에서 한 번 더 흔들렸다. 내가 삼킨 말들도 사실은 누군가에게 꼭 해야 했던 말이라기보다, 나 스스로에게 했어야 했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덮으면 어떤 굉장한 결심이 생긴다기보다는, 아주 작고 조용한 변화가 생긴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보고 싶다거나, 아니면 최소한 스스로의 감정을 덮어두지 않고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린 독자에게도 좋지만, 오히려 말이 많아야 할 때 말수를 줄여버린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 책은 말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말하지 못했던 나를 이해해주는 책에 가깝다.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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