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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교환 일기 ㅣ 그래 책이야 74
성주희 지음, 임나운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5년 10월
평점 :

#도서협찬 #비밀교환일기
교환일기는 중학교 때 친구들과 많이 썼는데.. 초등학교 때는 종이쪽지로 받은 것들이 많고.. 그 많은 편지와 쪽지, 교환일기장들을 아직도 옛날 참치박스(하하;;)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추억을 들추어 볼 때 꺼내보는데, 내 딸과 내가 쓴 것들을 보면 참.. 재미있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교환일기 같은 거 안 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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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희 작가의〈비밀 교환 일기〉는 제목만 보면 가벼운 비밀 놀이 같지만, 읽다 보면 은근히 깊은 마음의 흐름이 숨어 있는 책이다. 서로 다른 환경과 성격을 가진 두 아이가 ‘일기’라는 통로를 통해 조금씩 서로의 세계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 꽤 현실적이고 따뜻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미묘하게 미소가 지어진다.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누군가의 속마음을 직접 마주할 때 생기는 작은 변화들을 아주 섬세하게 그렸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말하지 않는 고민,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사실은 상처받았던 순간들, 그리고 상대는 모르는 작은 자랑거리까지… 아이들이 교환일기를 주고받으며 털어놓는 솔직한 이야기들은 나에게도 학창시절 누군가와 문득 편지를 주고받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두 아이가 ‘비밀’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고, 그 다름이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지점이 참 좋았다. 요즘은 누군가의 속마음을 기다려주는 일 자체가 조금 귀해진 것 같은데, 이 책은 그 기다림이 왜 필요한지 조용하게 알려주는 느낌이다. 아이들 이야기지만 어른이 봐도 공감이 된다. 아주 거창하지 않은 이야기들인데도, 읽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이유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책의 그림도 분위기와 잘 맞는다. 깔끔하면서도 표정과 공간이 주는 느낌이 부드러워서, 글에서 읽었던 감정이 그림 위에서 한 번 더 살아난다. 특히 두 주인공의 일상 공간이 대비되면서도 은근히 닮아 있다는 점이, ‘다른 사람도 나처럼 좋은 점과 약한 점을 다 가지고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마음의 움직임을 차분하게 따라가게 만드는 작품이다. 부담 없이 읽히지만, 다 읽고 나면 마음속에 작게 남는 울림이 있다. 교환일기를 쓸 사람은 없지만, 누군가와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