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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서점
여원 지음 / 담다 / 2025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저승서점
『“김숙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죄의 대가로 저승서점 관리자가 되거라. 이것은 너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남아 있는 미련일 수도 있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난 후,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소원을 이루어 주겠다.”』
염라는 숙희의 모든 것들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숙희는 염라의 말 한마디에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자신이 원하는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자신이 죽은 것도 후회가 되고 억울한데.. 그토록 한이 되었던, 원하는 소원을 들어 준다니!!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염라의 보좌관이었던 인현과 함께 숙희는 무화수가 있는 이곳에 저승 서점을 오픈하였다.
삶이 끝나버린 자, 생이 남았지만 중간에 포기한 자, 그리고 무슨 사연인지 아직 이승을 떠나지 못한 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저승 서점’에서 맞이한다. 그리고 그들과 ‘계약’이라는 것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고, 그 대가로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기로 한다.
그렇게 오픈을 하고 ‘저승 서점’에 사연이 있는 자들이 하나 둘씩 찾아온다.
‘저승 서점’에 들어오는 자들은 분명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이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첫 손님인 이 아이는 무언가 다르다. 군데군데 뜯긴 상처.. 이는 왜 그런 것일까? 이 아이는 무슨 아픈 사연이 있기에 이런 모습으로 ‘저승 서점’에 온 것일까? 그런데 왜 이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해맑은지. 숙희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무엇이라도 그 아이를 도와주고 싶다.
아버지와 함께 산 승우, 그런데 왜 열심히 산 사람들에게 좋은 일은커녕, 아니, 본디 평범한 삶도 사치라는 듯 이리 어려운 시련만 남겨지는 걸까. 그래도 뭐 하나 옵션이라도 좀 넣어주지. 그래도 그에겐 좋은 직장 동료이자 친구가 한 명이라도 남았네. 승우도 마음이 강하다.
이토록 ‘저승 서점’에는 많은 이들이 오간다. 그들이 살아왔던 삶들, 그리고 후회, 화해하는 모든 과정들이 서점에서 소원을 빌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죽은 자들에게는 후회가 되는 순간들에 대한 보상을, 그들과 함께 했던 자들에게는 또 다른 행복을 선사해 주는 것 같다. 서점의 첫 손님인 아이의 아버지처럼.
삶과 죽음에 관한 책은 많이 보지 않았다. 이런데 이번 ‘저승 서점’을 통해 죽은 자들에게도 사연이 있고, 미련과 후회가 담겨져 있으며, 그들을 떠나보낸 자들에게도 아픔이 있음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