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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ㅣ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슬픔의틈새
[슬픔의 틈새]를 보는데 ‘사할린’이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리고 광복 80주년과 ‘사할린’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을까 싶어 검색창에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았다.
그때 내 눈에 들어 온 기사는 ‘광복 80주년, 사할린 동포 올해 첫 영주 귀국’이라는 제목이었다. 클릭하고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 보았다. 그러고 보니 동해항은 우리 동네인데.. 이런 일을 하였구나 싶었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으로 가게 된 분들 중 1세대(100살이 가까이 되실 만큼. 오랜 세월이구나 싶었다.) 동포분과 그 후손들을 100명 단체입국을 하였다는 내용이다. 그들을 삶을 위한 주요사업과 함께.
그러고서 우리의 역사 속에 있는 ‘사할린’을 생각해 보았다.
사할린은 북태평양에 있는 러시아 연방의 섬이라고 나와 있다. 원래는 러시아의 땅이었지만 1905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긴 일본이 사할린의 남쪽을 념겨 받아 통치하기 시작하였다. 어쩌면 이것이 시작이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의 아픈 역사의 시작이.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의 삶은 정말 힘들고 어려웠다. 나 하나 건사하기에도 힘든데 가족까지 있으면.. 그렇기에 일본이 일자리를 준다는 말에 이들은 사할린으로 가게 된다. 돈을 벌어야 가족들 밥도 먹이고, 학교도 보낼 수 있기에, 적어도 사람답게는 살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간악한 꾀임이었으리라. 사할린에서의 삶은 그들이 생각한 것과는 정말 달랐다. 월급도 그들이 말한 것과 달랐고, 이 또한도 강제로 저금을 하고 연장까지 하게 함으로써 받을 수도 없었다. 탄광에서는 고역으로 사망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삶이 점점 고되고 피폐해져갔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저 일본과 소련이 지배하에 조국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며 ‘무국적’으로 살아야 했다. 나라 잃은 슬픔도 억울한데, 이 분들은 아예 나라가 없는 것이었다.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니며, 러시아인도 아니었다. 그저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슬픔의 틈새]에 나오는 단옥네 가족 이야기는 사할린 한인 1세대가 겪은 이야기이다. 말 그대로 그 당시의 힘듦을 제대로 겪었다는 것이다. 『이제 바다 한 개만 더 건너면 화태였다. (p.9)』 단옥네 가족은 사할린으로 간 아버지를 찾으러 떠난다. 할아버지는 그 동안 아들이 그 곳에 갔다는 것을 마음에 담아 두고 손자마저 다른 곳에서 일을 하지 못하게 한 채 자신의 옆에 두고만 있었다. 아마도 자식과 손자들 모두 잃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그렇게 남겨진 사람들은 남겨진 사람들대로, 떠나는 사람은 떠나는 사람들대로 각자의 사연을 둔다. 서로 헤어지고 만남을 반복하면서.
사할린으로 떠나 남은 한인들도, 소수의 일본인(같은 민족이면서도 또 다른 이방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났다.)들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모두가 한 마음이다. 슬퍼할 수도, 아파할 수도 없다.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할 수는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국이 그립다.
1세대 동포들은 조국이 그립지만 후손들을 두고 떠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기사처럼 모두가 함께 올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반겨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조국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다시 돌아와 한 민족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또 감격스럽고 기쁜 일일까.
비단 단옥이의 가족이야기만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다 단옥이일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이 아픔을 후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기억하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