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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ㅣ 누구나 교양 시리즈 6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유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25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철학최대한쉽게설명해드립니다
책을 읽기 전에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해보겠다.
“약간 짜증이 났다.” 《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를 집필한 뒤 저자인 사바테르가 농담처럼 내뱉은 말이라고 한다. 처음에 이 말을 듣고, 무엇 때문인지 생각했다. 그런데 도저히 모르겠더라. 그런데 그 이유를 알고 나니까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지만(나쁜 뜻의 어이없다가 아니다.), 사바테르의 현재 상황이라면 ‘그런 생각을 하고, 말을 할 수도 있었겠다.’라는 점이다. 사바테르가 한 말은 그저 진짜 화를 내고, 짜증을 낸 것이 아니라 ‘애교 섞인 자부심’이라 칭하였다. 이는 그 어렵다는 철학을 독자인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한 것에 대해 그 노고를 누가 알아줄까, 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어른의 투정이라고 해야 할까. 이 이야기를 읽고 너무 웃기기도 했지만, 철학에 대한 무거운 짐이 한결 가벼워지기도 하였다.
[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에서는 ‘철학’을 『누군가에게서 대답을 들었거나 아니면 스스로 대답을 찾는 순간부터 다시 질문에 대답하려고 하고 또 계속해서 질문하는 노력 (p.18)』이라 정의하였다.
“오늘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니?”라는 질문이라면, 그저 ‘무엇을 배웠다‘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그 배운 것에 대해 자세하게 무엇인지 질문해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또한 그 배운 것을 가지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등 질문에 질문으로 화답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질문이라는 것은 사람의 호기심에서부터 나온다. 그 호기심은 또 이전의 배움에서 나오기도 한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내가 모르기 때문에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더하여 추가적으로 더 배우고 싶은 열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의 상태에서는 ‘질문’이라는 것 자체가 사치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알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왜 [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책이 특별한지 알게 될 것이다. 수많은 철학책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동양적이 아닌, 서양적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보기 드문 스페인어권의 철학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는 것이다. 즉, 영국.독일,프랑스 중심의 전통적인 철학사를 벗어나 자신만의 시각으로 서양 철학을 소개함으로서 기존에 우리가 쉽게 만나기 어려운 인물들로 구성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처음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뒤로 두 번째로 [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의 흥미로운 것은 중간에 내용과 관련된 삽화들이 나오는데 이는 진짜 사바테르의 화가인 동생에게 특별히 의뢰를 했다는 점이다. 이는 어쩌면 가족 간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격이기도 한다. 함께 책을 만들어 간다는 것, 참 의미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각 장마다 마지막에는 ‘네모’와 ‘알바’의 대화로 주요 사상에 대해 쉽게 풀어주고 있다.
이렇듯 사바테르가 [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철학’이라는 건 저창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가 아니라, 그저 우리가 살아가면서 던지는 그 작은 질문들에 대해 답하려는 우리의 노력이라 한다. 삶에 있어 질문의 문을 닫아두지 말자.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말자. 그렇게 우리는 또 한 사람의 철학자가 되어 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