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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ㅣ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구름은바람위에있어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하늘을 몇 번이나 올려다볼까? 어쩌면 휴대전화만 바라보느라 아래에 있는 땅도 쳐다 볼 시간이 없는 건 아닐까? 재미있는 건 사람들이 휴대전화만 보면서 걷다가 땅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해 넘어지기도 하고, 지나가던 사람들과 부딪쳐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고, 얼마 전 뉴스에서는 버스를 타다가 미끄러져 넘어진 경우도 보았다. 이제는 하늘뿐만 아니라 땅에 있는 것조차 쳐다보지 않는다. 그런데 휴대전화처럼 아래를 쳐다 보면서 땅과 주변을 둘러볼 수도 있겠건만, 그 조차도 못하다니. 그렇다면 언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고, 달과 별을 바라볼까?
하늘의 구름은 정말이지 똑같은 날이 단 한 번도 없다. 분명 1초 전까지 이런 모양이었는데, 잠시 눈을 깜빡이고 보면 어느 새 모양이 바뀌어 있다. 심지어는 위치까지도. 바람이 우리가 구름을 쳐다보는 게 싫을 걸까? 계속 심술을 부린다. 그런데도 구름은 바람의 장난에 언제나 잘 맞춰 준다. 둘은 아마도 베스트프렌드인가 보다. 짝짝꿍이 잘 맞는다.
헤르만 헤세가 본 구름은 어떤 것이었을까. 어렸을 적에 바라보았던 그 구름, 내가 힘들 때 바라보았던 저 구름, 혼란 속에서도 함께 했던 구름들, 저 수많은 구름들이 그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의 시선으로 바라 본 구름들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그가 바라 본 구름은 어쩌면 우리와 비슷했을 수도, 아니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관념이었을지도 모른다. 형태도 없고, 머무름도 없는 구름, 이는 어쩌면 헤세의 생각 속에 있던 것들이었을 수도 있다. 언제나 변한다. 그리고 항상 있는 곳이 다르다. 그렇게 변한다. 그렇게 떠난다. 그리고 구름이 흘러가듯이 나의 시간 또한 내 삶 속에서 변하고 흘러간다.
『나는 젊은 시절 한때 구름을 경건하면서도 다소 엄숙한 태도로 대했다. 하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다. 구름은 아이와 같다. 아이는 부모에게만 심각할 뿐 나머지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p.133
헤세에게는 구름이 예술과도 같았다. 저녁 구름에서 그는 예술을 배웠다. 우리 눈에는 그저 하늘에 있는 구름이고, 가끔은 붉은 노을에 비친 구름이 예쁘게만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헤세는 하늘은 끝없는 허공이 아닌 무대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구름은 기쁨과 슬픔을, 그리움과 공허함을, 추억을, 상실을 노래하는 가수였고, 연기하는 연기자였다. 하늘이라는 그 무대 위에서 구름이 부르고 연기하는 예술의 그 모습을 그는 글로써 표현하였다.
하늘의 구름은 끝없이 변화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난 매일 운전을 하면서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신호에 걸리면 구름을 한참 쳐다보기도 한다. 집에 가는 길 바닷가를 지나칠 때 그 위에 자리잡고 있는 구름들을 오랜 시간 쳐다보고 사진에 담기도 한다. 그러 바라만 본다. 생각한다.
헤세가 느끼는 그 모든 감정들이 우리네와 비슷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