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7, 영월 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42
이상걸 지음, 최정인 그림 / 리틀씨앤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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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1457영월

 

2년 전이었던가. 가족들과 함께 태백을 지나 정선을 넘어 영월까지 두루두루 여행을 다녀왔다. 집에서도 가깝기도 하고, 첫째가 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우면서 한 번쯤 가 봐도 좋겠다 싶었다. 그냥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내가 알아야 할 역사를 배우러 말이다.

 

영월이라는 곳에서 제일 먼저 간 곳은 청령포였다. 유배지라고 했어서인지 그곳은 주변의 강이 있는 섬 같은 곳이었다. 우리는 배를 타고 들어갔는데, 이전의 영월 사람들은 그 뭍을 헤집고 걸어갔었을까. 배를 타면 걸릴 게 뻔하니까 말이다. 그 무인도 같은 섬에 나무들은 어찌나 많던지, 주변 경치들은 또 왜 그렇게 아름다워만 보이던지. 그 당시에도 그러하였을까 싶다.

 

청령포의 옛 이름은 청냉포라고 한다. 그 이름의 의미를 알았을 때에는 참 마음이 무거웠다. 그 안에 노산군 유배지 청냉포라는 것이 말 그대로 노산군이 유배를 간 찰 냉()’. 그러나 나중에 숙종 임금 때에 노산군이 단종으로 복위되면서, 그 곳 또한 죄인이 머물렀던 곳이 아니기에 유배지라는 이름이 유지라고 바뀌었다. 그리고 아까 말한 찰 냉()’ 왕이 머문 곳인데 차다의 의미로 찰 냉()을 쓸 수 없어 한자에 획을 하나 더해 깨우칠 령()으로 바꾸었다.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단종 유지 청령포이다.

 

배를 타고 들어갈 때 섬의 삼면은 그저 얌전한 물이다. 조용하다. 그렇게 바람에 몸을 맡기듯 흘러가고 있다. 깊은지 안 깊은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영월 호장 엄흥도가 단종에게 밤마다 문안을 드리러 갔다는 것에는 그 물이 아주 깊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영월 청령포에 유배를 왔던 단종에 대한 이야기 같았지만 읽다보니 오히려 호장 엄흥도와 그의 손자 상욱 그리고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 같았다. 그가 어떻게 단종을 섬겼는지, 영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말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의 영월 사람들은 단종이 내려왔을 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열일곱의 어린 단종은 이 낯선 곳에서 혼자 지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지. 잘못도 없이 유배지라며 내려왔으니 얼마나 외로웠을지.

 

단종이 죽고 난 후 그의 시신조차 거두지 말라는 명에 엄흥도는 삼족이 멸할지도 모르는데도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다. 한 겨울 손자 상욱이가 놓아 준 노루가 있었던 땅에. 그래서 그 곳에 노루의 전설이 있다는 건가 보다. 지금도 장릉 근처에 장릉노루조각공원이 있으니까 말이다.

 

서로가 어디 가는지 묻지도 말고, 서로 찾으려 하지도 말아라. 훗날 세상이 바르게 돌아오면 저절로 만나게 될 것이다.. 너무 슬퍼하지 말고 훗날을 기약하자.“라는 엄흥도의 말에 왜 눈물이 나던지. 실로 옳은 것을 향해 나아갔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짐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가문을 위해 헤어져야만 하는.

 

아버지, 언젠가 다시 영월 땅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상욱은 아버지를 보면서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는, 그러니 우리의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아가자는 아버지의 말씀에 상욱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난 마지막까지 보면서 엄흥도의 가족은 어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슬픈 역사 속에 숨은 이야기.

우리는 단종도, 그리고 충신 엄흥도도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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