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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언니 - 다섯 번째 계절, 온전한 선이의 시간
김정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선이언니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이 우선 장남(녀)이 가족을 책임져야 하고, 집에서 아들이 귀하면 아래의 동생 중 꼭 여자아이들이 희생을 해야만 했던 그 때, 그 시절. 나는 그나마 그 시절을 강산이 한 번 바뀔 만큼은 비껴가서 태어났다. 어찌 보면 조금은 감사한 일인건가.
『선이 언니』는 1970년대 후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마도 도시적인 화려한 분위기보다, 시끌벅적 복잡함과 소란스러움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이라는 배경이 선이의 가족들을 더 부각시키는 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하필, 첫째 장녀도 아니고, 막내도 아니고, 그것도 꼭 여섯 남매 중 셋째 딸이었을까.
저녁에 밖으로 나가는 엄마에게 조금은 속상한 말 한 마디 한 게 그렇게 죽을 때까지 사무침으로 남았다. 그 어둠 속을 밤새 쪼그리고 앉아 노려보았다. 그렇게 선이는 엄마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어린 소녀에게는 얼마나 큰 상실감과 두려움이 몰려왔을까. 그리고 그 집안의 모든 일들과 동생들까지 돌봐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선이는 한 순간에 그냥 어른이 되어 버렸다. 선이는 여섯 남매 중 셋째 딸, 중간으로서. 그녀의 삶도 인생의 어린 시절 중간이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왜 그 시절의 모든 아이들은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인 가난으로 급작스레 어른이 되어야만 했고, 이 모든 역경을 혼자서만 감당해야만 했을까. 왜 부모들은 아이들의 기둥이 되어주지 못하고, 가난과 상처를 계속 대물림해주었을까. 하지만 이 또한 부모들도 자식들에게 넘겨주고 떠나고 싶었을까. 그 때 그 시절의 상황들이 억척스러웠을 뿐이지. 참 안타까운 마음과 현실 속에 괴리감만 깊어진다.
그래도 선이는 그 굴곡진 삶에서도 어떻게든 견뎌내고 힘들지만 살아간다. [선이 언니]는 ‘선이’라는 존재의 성장 이야기를 하는 것을 넘어, 그 시절의 한 여성의 삶을 바탕으로 가족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선이 언니]를 읽으면서 표지에서의 ‘선이’ 뒷모습이 무엇을 말하는지 한 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