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 문태준 시인의 초록문장 자연일기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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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꽃이환하니서러운일은잊어요

 

제주 시골마을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나(저자)는 무엇을 하면서 보냈을까.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라는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나와 우리 가족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도 도시의 삶이 너무 팍팍하기도 하고, 내가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아 살던 곳에서 벗어나 지금의 이곳까지 이사 와서 산지 벌써 10년 정도 되었다. 아마 그 전까지 합치면 10년이 넘는 세월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시골이라는 곳의 인심이 옛말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만은 않았다. 글쎄, 방송에서나 시골인심이 정말 좋다는 것으로 내치지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그토록 각박한 것일까? 타향살이하면서 이렇게 지금까지 잘 버텨온 것은 정말 대단한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처럼 타지에서 시골로 이사 와서 살아 본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그곳에서 그냥 사는 것이 아닌 무언가 일터를 잡고 살아 온 사람들이라면 더 더욱 그 마음을 이해할 터일 것이다. ,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전제하에서다. 이건 중요한 부분이니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주 지극히 주관적이고 모든 환경과 사람과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의 저자는 제주도에서 자연만을 바라보며 살기에는 더없이 행복함을 느끼며 살았을지 정말 궁금하다. 분명히 사람들과도 부대끼며 지내오기도 했을 것이고, 여러 사건 사고도 있었을 것이며, 이웃들 간의 오해가 있을 때에는 어떻게 해결을 했을지도 정말 궁금하다. 진짜 직접 만나보고 싶을 만큼. 나의 경험도 같이 공유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

 

그는 시인으로의 시각으로 많은 것들을 보고 공유하며 생각한 것들을 글로써 저장했던 것 같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흙의 냄새를 맡고 걸으며 온 몸으로 느끼고, 내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는 제주라는 곳에서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아무 일 없이 그냥 평범하게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보여도 저녁에, 밤에 하루를 돌아보면 이런 저런 작은 일들이 소소하게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을 저자는 기분 좋게 느끼고 있었기에 몰랐던 것 같다.

 

봄에는 여기저기서 씨앗을 심는 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꽃향기에 내 마음이 심취해 버리고, 여름에는 사랑거리는 시원한 바람에 부채질이 웬 말이냐, 차가운 바닷물에 발이나 담궈 보고, 가을에는 귀뚜라미 소리를 음악 삼아 밤하늘의 별을 세어 보기도 하고, 겨울에는 그 동안의 바쁨에 대한 보상이라도 주는 듯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도 그러한 삶을 살았다. 그 시골마을에서 사랑방 같은 작은 카페를 하며 봄에는 바로 앞에 있는 벚꽃을 친구 삼아 아이들과 마당에서 소풍을 나오고, 옆 밭의 할아버지네 가서 오이도 따고, 방울토마토도 따 먹고, 여름에는 마당에 작은 수영장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도 하고, 저녁에는 바비큐 파티도 하며 오붓한 시간도 보내고, 밤에는 돗자리를 펴고 밤하늘의 별도 보곤 했었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는 건 겨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농번기가 끝나니 어르신들도 집에서 쉬시기 바쁘다. 논과 밭은 휑하다. 나무도 옷을 안 입으니 길거리가 온통 삭막하다. 진짜 저녁이면 한 밤중처럼 어둡다.

 

제주 시골의 모습도 이렇지 않을까?(도심지 말고) 어떨 때에는 조용하니 마음이 안정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너무 삭막함에 조금은 외롭기도 하다. 그 외로움은 언제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달랜다. 문태준 시인은 자신의 이야기인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을 통해 감각적으로 표현하니 모든 글을 상상하며 읽게 만드는 것 같다. 에세이 같지 않은 시집 같고, 시집 같은 산문집 같다. 표현력이 다시 한 번 더 감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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