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 ㅣ 권정생 문학 그림책 8
권정생 지음, 김병하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어릴 적 우리 집 소는 여름이면 감나무 아래에서,
겨울이면 쇠죽 끓는 외양간에서 살았습니다.
묵묵히 밭을 갈고, 거름을 나르며 우리 가족 곁을 지켰지요』
-김병하 작가의 말-
하지만 내가 어릴 적부터 봐 온 우리 마을은 소 대신에 트랙터가 밭을 일구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중에 조용히, 성실히 일하는 소 대신에
시끄럽게 괄괄괄 거리는 트랙터가 말이다.
느릿느릿 한 걸음 한 걸음씩 삐뚤빼뚤 주인과 함께 걸으며 정을 나누는 대신에
딱딱한 의자에 앉아 손잡이를 이리 휘둘 저리 휘둘 저으며 움직여야 하는 무생물체.
그렇기에 감정이 식어가고 무뎌져가는 이 시대에
우리는 권정생 선생님같이 따뜻한 글을 많이 읽어야 하는 것 같다.
마음이 어느 새 겨울눈이 햇살에 녹듯이 사르르 녹아져 내린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마냥 푸르러지는 것만 같다.
김병하 작가님의 수채화적인 그림이 부드럽기도 하고 강렬하기도 하다.
장면마다의 분위기를 하나의 붓 터치로 표현하는 것만 같다.
이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